연인 혹은 부부간 다툼은 흔한 일이지만 독특한 측면이 있다. 예를 들면, 성격 차이 등에서 비롯되는 잦은 부부싸움은 두 사람이 갈라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는 여타 싸움과 마찬가지로 부부싸움도 확실히 파괴적이다. 하지만 '사랑 싸움'이라는 말로 상징되듯, 연인 혹은 부부간의 다툼은 두 사람을 더 강하게 연결시켜주는 고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도 있지만, 부부나 연인은 다툼을 통해 성숙하게 되고, 상대를 배려하게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연인 혹은 부부싸움의 단초가 되는 갈등을 잘 관리하는 게 두 사람이 행복한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요체라고 지적한다.
*한쪽이 져줘야 한다=직장 동료 사이든, 혹은 부모 자식 사이든 사람 사는 세상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연인이나 부부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자주 다투는 부부나 연인이라면, 싸운다는 사실 그 자체로 괴로워하기 보다는 왜 싸우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싸움은 종종 논리를 벗어난다. 요컨대 서로 감정이 상해 싸움이 극단적으로 치닫는 예가 많다.
텍사스 대학 연구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원만한 커플들은 갈등이 발생했을 때 한쪽이 분노나 좌절감 같은 부정적인 생각을 훨씬 덜 하는 특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로맨틱한 관계를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사이가 나쁜 커플들은 양쪽 모두 부정적인 감정을 앞세우고, 또 이런 감정에 사로 잡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쉽게 얘기하면, '한쪽이 져주는' 커플들은 좋은 관계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많은 부부들이 공감하겠지만, 사실 부부 싸움에서 져주는 게 진짜로 지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져주는 것이 진짜 지는 게 아니라, 실은 아량을 베풀고 상대를 좀 더 이해해주는 행동이라는 얘기다.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싸움에서 이긴 쪽이 시간이 지나면 미안해하고, 실은 "졌다"는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여자들의 상대 비난이 더 많을 수도=부부나 연인간의 싸움을 가만히 지켜보면, 여자들이 공세적인 예가 드물지 않다. 물론 개인차가 커서, 일부 연인이나 부부지간에는 남자 쪽이 여자에 대해 분노하거나, 증오 혹은 크게 실망하는 등의 부정적 감정을 더 많이 표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텍사스 대학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통계적으로는 여자 쪽이 남자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더 많이 호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무래도 여자가 사회적으로 남자에 비해 약자라는 점에서 여성들이 공격적으로 나오는 건 이해할만한 구석이 있다.
이는 부부나 연인들이 갈등을 겪을 때, 부정적인 감정에 여자가 쉽게 사로 잡힌다면 남자들로서는 이를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른 여자들은 안 그런 것 같은데, 내 애인만(혹은 아내만) 유난스럽다"는 식으로 남자들이 성급하게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이는 사실 여자 쪽에도 해당되는 대목이다. 다른 남성과 자신의 남편 혹은 애인을 비교해서, 부정적인 생각을 갖기 시작하면 갈등 해결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건, 남녀를 떠나서 마찬가지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