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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탁씨 24년만에 무죄석방 임박

New York

2013.06.03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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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방화, 친딸 살해혐의로 종신형 선고
연방법원, 지난해 1월 새 보고서 증거 채택
검찰, 이의제기 만료 31일 까지 반박 없어
1989년 수양관에 불을 질러 딸을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종신형을 선고 받고 23년째 교도소에 복역 중인 이한탁(79·사진)씨가 무죄 석방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연방 제3순회법원은 지난해 1월 이씨 사건에 대한 초기수사가 비과학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내용의 화재 전문가 보고서를 증거로 채택한 뒤 검찰 측에 이의제기를 지시했다. 하지만 담당인 펜실베이니아주 먼로카운티 검찰은 이의제기 만료시한인 31일까지 아무런 반박 증거나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는 이날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먼로카운티 검찰에 수 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씨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손경탁 구명위원장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씨 변론을 맡고 있는 파멜라 윌크 변호사에 따르면 오늘이 이의제기 만료일인데 검찰 측에서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았다"며 "변호사는 검찰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법원이 이씨 석방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위원장은 이어 "그러나 구체적인 석방 일정은 아직 예측하기 힘들고, 길면 몇 개월 짧으면 1~2주만에 석방될 수도 있다"며 "변호사가 이씨 석방 뒤 생활에 대해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할 정도인 걸 보면 무죄 석방이 임박한 것이 확실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법원이 채택한 보고서는 뉴욕시소방국(FDNY) 화재수사관 출신 존 렌티니가 작성한 것이다. 렌티니는 사건 뒤 41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씨의 변호인단은 이를 증거로 제출하기 위해 수 차례 노력했지만 당시 재판을 맡고 있던 먼로카운티 법원은 추가 증거가 필요하지 않다며 채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연방법원 결정으로 증거로 채택되면서 이씨 재판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렌티니는 2006년 본지와 단독 인터뷰에서 "이씨는 정의를 잃어버린 불공정 재판의 희생양"이라며 "내가 기억하는 화재 사건 중 가장 억울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렌티니는 보고서에서 초기수사 당시 검찰 측이 주장했던 부분을 과학적 증거로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 수양관 바닥 곳곳이 심하게 탄 흔적이 있다며 이씨가 60갤런 정도의 휘발유 같은 발화촉진제를 바닥에 뿌려 불을 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는 수양관 화재가 아래에서 위로 타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렌티니는 바닥의 탄 흔적은 타르가 주재료인 아스팔트싱글로 된 수양관 지붕이 탄 것이며, 불은 위에서 아래로 타 내려왔다고 반박했다.

이한탁씨 사건 일지

-1989년 7월 29일: 오전 3시 이한탁씨와 딸 지연(당시 20세·프랫인스티튜트 재학)씨가 머물고 있던 펜실베이니아주 포코노 한 수양관 건물에서 화재 발생. 이씨는 탈출에 성공했으나 당시 목욕탕에 있던 지연씨는 현장에서 사망.
-1989년 8월 4일: 먼로카운티 검찰, 이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하고 1급 살인과 방화 혐의로 기소.
-1990년: 먼로카운티 법원, 종신형 선고.
-1994년 8월: 펜실베이니아주 법원, 이씨 재심 신청 기각.
-1999년 10월: 김대중 대통령, 펜실베이니아주 방문한 자리에서 당시 토마스 리지 주지사에게 재심 검토 요청. 주정부는 검토 후 "이씨에게 재심과 사면 기회 있다"고 발표.
-2000년: 이씨 변호인단, 카운티 법원에 재심 요청 시도했으나 원심 결정 번복할 증거 없다는 이유로 기각.
-2006년: 변호인단, 주 법원에 재심 다시 요청했으나 1년 뒤 기각 결정.
-2008년 10월: 변호인단, 연방법원에 항소심 신청.
-2011년 7월: 필라델피아 연방 제3순회법원, 항소심 승인.
-2011년 12월 12일: 제3순회법원, 이씨의 변호사 법정 구두 진술 승인.
-2012년 1월: 제3순회법원, 이씨 사건에 대한 화재전문가 분석자료 증거로 채택, 검찰 측에 2013년 5월 31일까지 이의제기 지시.
-2013년 5월 31일: 먼로카운티 검찰 이의제기 시한만료일. 검찰 측 반박 서류 제출 안 함.

신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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