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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결혼 스트레스…2030 조울증 심각

Los Angeles

2013.06.12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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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18세 이상 성인 2.6%, 570만명 시달려
평균 발견 나이 25세 "자신·타인 해칠수도"
# 20대 직장인 J씨는 하루에도 수십 번 오락가락하는 기분 때문에 혼란스럽다. 겨우 잡은 일자리에 들뜬 것도 잠시, 상사로부터 "뒤처진다"는 말을 듣고 무력감과 우울함에 빠졌다. 근무시간에 멍하게 공상을 즐기던 그는 울적해질 때마다 로토에 당첨되는 상상을 하며 순간을 넘겼다. 그러다가도 '욱'하고 짜증이 밀려오면 무작정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기가 어렵다.

J씨는 "주변인들이 날 피하는 게 이해가 될 정도"라며 "기분이 롤러코스터처럼 좋았다가, 나빴다가 요동친다. 이유도 없이 눈물이 났다가 상상 속의 잭팟 당첨금에 가슴이 설렌다"라고 말했다.

'2030 조울증'이 한인사회내 심각한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분 장애 질환 중 하나인 조울증은 이름 그대로 기분이 들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조증과 우울증이 교차로 나타나는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다. 우울증으로 시작하지만 빠르면 10대, 대부분 20~30대에 나타나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최근 한국에서는 '이구백(20대 90%가 백수)' 등의 신조어와 함께 조울증을 앓는 사회초년생들을 사회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미주의 2030 한인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연방정신건강연구소(NIMH)는 18세 이상 성인의 2.6%, 즉 570만 명이 조울증을 앓고 있다고 발표했다. 조울증이 발견되는 평균 나이는 25세다. 2년 전, 정신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일반 정신병학회보(Archives of General Psychiatry)' 3월호는 전세계 11개국 중 미국(4.4%)이 조울증 발병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 꼽혔다.

한인가정상담소 박해영 상담사는 "조울증 환자는 주로 과대망상과 수면부족, 과격한 언행, 마약·음주 등의 특징을 보인다"라며 "알코올 문제로 상담을 받으러 왔다가 조울증 등 정신질환 문제를 발견하는 이가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와이낫재단의 서정민 상담 프로그램 매니저도 "(조울증 환자들은) 단순히 '변덕이 심하다', '기분이 오락가락하다'는 식으로 설명되기 때문에 알아보기 힘들다. 후기 사춘기 이후, 호르몬 변화를 겪는 여성들이 억눌려 있던 감정을 분출하며 조울증 증세를 보이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안정영 LA카운티 정신건강 서비스 코디네이터는 "젊은층의 조울증은 직장 구하기부터 직장에서 살아남는 것, 결혼, 출산, 경제적 자립 등 사회적 요인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촉발된다"며 "질환이 심해지면 결과를 생각하지 못하고 즉흥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자신이나 타인을 해할 수 있다. 약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인타운 청소년회관(KYCC)나 한인건강정보센터(KHEIR), 가정상담소 등은 한인들의 정신건강 치료를 위한 무료 프로그램(KISM)을 운영중이다. 카운티 정신보건국이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은 ▶심리정서적 어려움이 있으며 ▶알코올, 마약문제, 또는 신체 장애가 있는 한인을 대상으로 한다.

자세한 정보는 KISM 담당자(213-365-7400x5567)에게 문의할 수 있다.

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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