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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했던 과거-팍팍한 현재…베이비부머 자살률 급증

수잔 정·조만철 전문의 진단

10년간 50%나 증가
시도는 여성이 3배
성공률 남성이 3배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최근 베이비부머(특히 50세~65세)의 자살률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지난 10년 동안 거의 50%가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베이비부머의 성장기인 50년~60년대 미국의 풍성함과 성인 자녀를 둔 지금의 상황과의 큰 괴리감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라는 사회적인 분석도 나왔다. 베이비부머 세대인 수잔 정,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에게 자살 심리와 그 이유, 대처방안 등을 들어 보았다.

# 정신병이 원인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부검 결과 정상인보다 두뇌에서 분비되는 전달물질인 세라토닌 수치가 현저히 낮았다. 세라토닌 수치가 낮은 경우는 조울증, 주요 우울증, 정신분열증, 알콜이나 약물 중독이다. 합리적인 이성을 조정하는 전두엽이 마비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충동성이 강하게 튀어 나와 자살을 하게 된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의 80%가 실제로 정신질환을 갖고 있다. 유전성이기 때문에 자살충동이 강한 사람은 그들 부모를 보면 우울증이나 알콜, 마약 중독이거나 주의산만 증세를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심리적인 개인차도 영향을 준다. 같은 부모에게 야단 맞아도 상처 받는 양상이 형제마다 다르다. 예민해서 '나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거야'로 상황을 수용하는 성향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자살시도를 많이 한다.

# 왜 베이비부머인가= 힘들지만 꿋꿋이 견디어 내는 사람들도 많다. 문제는 그 힘을 키우는 삶을 살았는가에 달렸다. 베이비부머는 2차대전 이후 찾아온 풍성한 경제와 자유를 부르짖으며 낭만적인 삶을 즐겼다. 자유 속에서 키운 꿈이 어느 세대보다 크다. 리서치를 보면 베이비부머들은 실제 나이보다 10살~15살 아래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인데 50세로 생각한다. 틀을 싫어하는 자유 속에서 쾌락을 즐기며 자기 절제와 스트레스 조절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그러나 60대 전후가 되면서 찾아 온 현실은 늙은 부모를 돌봐야 하고 엄하게 교육시키지 않은 자녀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일자리를 못찾아 자립을 못한다. 책임을 지는데 익숙지 못한 베이비부머들이기에 '현실과 꿈'의 갭이 벌어지자 스스로에게 좌절과 수치심을 느낀다. 자존감이 떨어질 때 인간은 죽음을 생각한다.

# 구체적인 자살 계획은 어떤 때 하나= 심리적으로 고민하다가 몸이 약해지거나 주변사정이 악화될 때 세라토닌 수치가 하강하면서 '죽고 싶은 느낌'은 '행동'으로 발전한다. 계획을 짜기 시작한다. 수면제를 모으고 끈도 구입하는 등 실전에 들어간다. 초기에는 세상을 떠난 가까웠던 사람이나 애완견 생각을 자주하다가 심화되면서 나도 그들을 따라가고 싶다는 의욕이 강해진다. 시도는 여성이 남성보다 3배 많이 하지만 성공률은 남성이 여성보다 3배 높다. 여성들은 감정 표현을 잘하기 때문에 즉시 행동에 옮겨 실패가 많은 반면 표현이 적은 남성들은 참았다가 '확실한 방법'으로 시도한다.

# 어떻게 도와주나= 우울증세 등의 정신질환자가 있을 때 행동이 달라졌다고 느끼면 먼저 묻는 것이 그들을 돕는 것이다. 요즘 변비가 심한가, 잠은 잘 오나, 피곤하고 아픈데는 없는지 물어 본다. 자살하려는 사람은 그 전에 누군가 자신의 느낌을 털어놓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이 때 '죽고 싶은 느낌'을 충분히 표출할 기회를 가진 사람들은 자살시도 까지 가지 않는다. '혹시 죽으려는 것 아니냐'며 직접적인 질문을 할 때 오히려 더 잘 털어놓게 된다.

전문가 어드바이스
가족·친구·이웃이 약
절대 혼자 애쓰지 마라


◆생명체는 사는 쪽으로 나아간다. 죽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비정상이다. 이런 마음이 들 때 명심해야 할 것은 죄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내 잘못 아니라는 뜻이다. 전문가를 찾아가 무엇이 죽고 싶은 생각을 갖게 하는지 알아내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다.

◆사람에게 가장 효과적인 '약'은 사람이란 말은 정신과적으로 사실이다. 의사와 가족, 친구, 이웃은 곧 약이다. 절대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말 것. 병만 깊어진다.

◆죽음도 한 가지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면 거기서 살아 볼 용기도 얻는다.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라는 말은 정신과적으로 맞는 말이다. 한강 물을 바라보면서 '이 용기로 다시 살아 볼까?'하며 발길을 돌리게 되는 것이 좋은 예다.

◆우울할 때를 대비해서 이겨낼 수 있는 정서적인 투자를 해둔다. 골프도 좋고 그림도 좋고 음악감상도 좋고 드라마 보기도 좋다. 울적하다고 해서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고 도움되지 않는다. 평소 '맛을 들여 놓아야' 필요한 때 '위로의 벗'을 삼을 수 있다.

◆'바보는 자살하지 않는다'는 말을 정신과 의사들이 농담삼아 한다. 생각을 많이 하지 말고 단순해 질 필요가 있다. 놓아야 할 것이 많아지는 중년일수록 '바보 연습'이 필요하다.

글·사진 김인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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