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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어린아이처럼 돼야 철든다

New York

2013.06.1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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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연구기관 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철드는 나이는 평균 32세, 남성은 11년이나 늦은 43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들은 1년에 평균 14차례 이상 파트너에게 "나잇값 하라"고 충고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반면 40%의 여성들은 이같은 남성 파트너의 미숙함이 재미와 신선함을 준다고 답했다. 미성숙의 판단 기준에는 방귀와 트림으로 장난치는 것, 비디오 게임하는 것, 시끄러운 음악을 틀고 운전하는 것, 짓궂은 농담하는 것 등이 포함됐다. 영어에는 '성숙'으로 표현했지만 나이들어 안정감있고 차분해진다는 면에서는 철드는 것과 비슷하다.

철들다의 '철'은 계절을 의미한다. '철따라 피는 꽃'이라는 표현에 쓰이는 것과 같다. 철이 든다는 것은 계절이 지나며 세월이 흐르면 영글어진다는 뜻으로 나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나이들며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는 뜻도 담겨있어 철학이라는 말에 쓰이는 한자어 '철(哲:밝을 철)'로 오해하기도 한다.

젊은이들은 이상적인 세상을 꿈꾸며 개혁을 외치곤 한다. 나이먹고 철이 들면 이같은 주장이 쉽게 관철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국의 몇몇 정치인들이 스웨덴의 복지모델을 적용하고 싶지만 기득권 세력에 의해 좌절된다는 것을 느끼는 것도 비슷한 경우다.

반면 세월의 다른 과정에서 철든 사람들은 이상적 꿈만 담아 과격하게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더 위험하고 서서히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차대전때 전쟁에서 비켜선 스웨덴이 전후 유럽복원에서 많은 부를 획득하고 이를 바탕으로 인구 1000만명도 되지 않는 국민들을 위해 구축한 복지모델을 전혀 다른 현실의 한국에 적용해서는 곤란하다는 의견이다.

이처럼 같이 나이를 먹어도 철이 들어가는 과정과 내용은 사람마다 다르다. 특히 제대로 철이 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발전의 3단계를 낙타, 사자, 어린아이로 비유했다. 낙타는 무겁게 자신이 먹을 것을 등에 지고 지시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인다. 반면 사자는 주체의식을 가지고 자유롭게 행동한다. 그러나 사자의 자유도 항상 긴장속에 있기 때문에 방어적 자유이고 어린아이 단계에 이르러야 진정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초인이 된다는 것이다.

제대로 철이 드는 것이나 어린아이의 단계인 초인이 되는 것의 공통점은 다른 모든 사람들의 동의를 얻는다는 것이다. 일부 다수의 동의만 가지고도 부족하다. 히틀러는 1차대전후 연합국의 천문학적 배상요구에 독일국민들이 "앞으로 돈벌어도 연합국 배를 채우기만 할 것"이라고 분노에 들끓자 이들의 동의를 얻어 전쟁까지 일으켰으나 만인의 동의를 얻지 못했기에 역사속 최고 악인의 한사람으로 남았다.

가수 싸이가 TV 토크쇼에 나와 걱정이 있다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철들까봐 걱정"이라고 답했다. 영원한 철부지로 무대위를 뛰어다니며 젊은이들과 가슴으로 소통해야 할텐데 나이들어 철들면 움츠러들고 젊은이들에게 외면당할 것 같아 걱정이라는 이야기다.

제대로 철드는 것은 아마도 보통 인간의 수준으로는 어렵고 종교에서 숭상되는 경지에 이르러야 가능할지 모르겠다. 싸이처럼 철부지로 남아 수억명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거나 43세가 넘어서도 미성숙한 짓을 반복해 여성들에게 재미있다는 칭찬을 받으면서 겸손하게 한단계씩 철들어 가는 것이 어설프게 철들었다고 설쳐대며 히틀러같은 실수를 범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곽 보 현
LA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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