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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사람들] 미 대륙 걸어서 종단하는 남편, 뒷바라지하는 부인

앤디 안/자유 여행가

경치 좋은 시골길 운전을 즐기는 나는 뉴멕시코 남서부 실버시티의 북쪽에 위치한 '힐라 클리프 거주지 국립천연기념물(Gila Cliff Dwellings National Monument)' 근처에서 캠핑을 하고 있었다. 700년 전에 인디언이 살던 유적지로서 산속 경치가 수려한 '마운틴 스프리트 트레일 시니크 바이웨이(Trail of the Mountain Spirits Scenic Byway)' 북쪽 끝에 있으며 캠퍼 차량에도 더운 온천수를 연결하여 목욕을 즐길 수 있는 캠핑장이 있다.

두 번째 만남은 이곳 심심산골에서였다. 한 중년 부부가 작은 캠핑용 밴을 타고 들어와 캠핑을 하는데 워싱턴 주의 자동차 번호판을 달고 있다. 캠핑하는 부부들은 남자가 나와 정리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들은 여자가 캠핑 장비를 꺼내어 펼치고 나서 테이블에 큰 지도까지 펼쳐놓고 무언가 열심히 계산을 하고 있었다. 여행 정보도 얻을까하여 시작한 몇 마디의 대화 속에 이상하게 지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역시 그들은 일반적인 관광객이 아니었다.

지도를 보면 로키산맥 산등성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대륙분기선(Continental Divider Trail)이라는 미국 동부와 서부를 가르는 선을 볼 수 있다. 산등성이를 따라 캐나다에서 멕시코까지 연결되는 2000마일의 산길로 빗물이 이 선의 동쪽에 떨어지면 대서양으로 서쪽에 떨어지면 태평양으로 흐른다. 그들은 이 대륙분기선 산등성이를 따라 미국을 남북으로 걸어서 종단하고 있었다. 전 구간을 종주하려면 일 년이 걸리지만 이번에 뉴멕시코 450마일 구간을 두 달 예정으로 도전하고 있으며 이미 7주간을 걸어 왔다고 하였다.

"남편이 걷고 있는 산길은 물이나 식량을 구하기 힘든 코스예요. 저는 남편이 걷는 산길과 차도가 만나는 다음 장소로 운전하고 가서 차를 세우고 자전거를 타고 남편이 걸어올 산길에 물과 식량을 놓아두어야 남편이 계속 걸을 수 있어요"라는 이야기에 어이가 없어 입을 닫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보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그녀는 이야기한다.

그 여자는 53세이며 오리건 주립대학 기계공학 교수를 하다가 최근에 은퇴하였다고 한다. 너무 일찍 은퇴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녀는 "일반적인 그런 나이에 은퇴하고서 우리가 하고 싶어하는 것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건강도 보장 할 수 없지 않아요?"라며 반문한다. "우리들은 지금 살고 있는 시골의 작은 집이면 만족해요. 그리고 기본적인 생활도 가능하고요. 남은 인생은 원하는 것들을 하며 살고 싶어요"라며 눈을 반짝인다.

여행 중이 아닐 때는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저는 개를 좋아해서 장님 안내견 훈련기관에서 강아지를 분양받아 1년간 키워서 훈련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크면 다시 그 기관에 돌려주는 자원봉사를 해요."

미국에는 장님을 안내하여 주는 개들을 훈련시켜 무료로 나누어 준다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그것들이 자원봉사자들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것은 몰랐었다. 그들은 다음날 새벽 동트기 전에 떠난다며 그날 저녁에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일년이나 걸리는 미국을 걸어서 종단 여행을 하는 기이한 남편과 그를 뒷바라지 하는 교수 부인이 특이한 사람들인지 아니면 우리가 너무 평범한 사람들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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