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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니치'형 인간이 돼라

Los Angeles

2013.06.23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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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수/조지아대 방문교수
얼마 전,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들은 굳이 대학을 고집하지 말고 배관 기술을 배우는 것이 훨씬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해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대학 졸업을 위해 1년에 4만~5만 달러가 드는 학비, 몇 년간의 시간, 학자금 대출금 상환 등을 고려할 때 배관공은 보수도 괜찮고 고용도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그의 언급을 들으면서 제임스 하킨의 저서 '니치(Niche)'가 떠올랐다. 원래 니치는 우리에게 틈새시장 전략으로 잘 알려진 것으로 남들이 간과하는 부분이나 대기업 등이 효율성 측면에서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필자는 니치를 경영전략을 넘어 교육용어로 해석하고 싶다. 지금까지 교육은 어쩌면 교육 대상을 주류에 편승시키려는 노력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학교교육은 규준에 이탈하지 않게 주어진 교육과정을 이수시켜 아이들을 상급학교에 진학시키는데 주력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상급학교나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는 전통적 엘리트의 범주를 탈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류로서 기존의 기준을 모범적으로 충족시킨 지원자보다 남이 갖지 못한 다른 특성을 지닌 니치형 인간을 원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그러므로 학교교육도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보편적 교육과정 운영에 집착하지 말고 학생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켜 줌은 물론 이들이 적기에 사회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진로지도 등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블룸버그 시장의 언급은 니치 마케팅 환경에서 남과 다른 방식으로 남과 다른 선택을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유리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실제 한 직업전문 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배관공은 미국에서 과소평가된 직업 중 교장에 이어 10위를 차지하고 있다(미국 실속 직업 톱10 : 1위 컴퓨터 시스템 분석가, 2위 토목기사, 3위 수의사, 4위 생물학자, 5위 시장조사 분석가, 6위 회계사, 7위 법률사무소 사무장, 8위 경제학자, 9위 교장, 10위 배관공.

시인 프로스트는 '가지 않은 길'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두 갈래 길이 숲 속으로 나 있었다. 나는 사람이 덜 밟은 길을 택했고 그것이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대학진학률이 높은 한국의 실정을 고려할 때 블룸버그 시장의 충고는 어쩌면 한국 학부모들이 더 새겨 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보건복지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자녀가 취업할 때까지 부모가 양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견해가 2009년 12.2%에서 2012년 15.7%로 증가했다고 한다. 자녀 1인당 대학졸업까지의 총 양육비는 3억896만원으로 2009년(2억6204만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한국 부모들의 자식사랑은 더할 나위 없이 지극하지만 이제 자녀들이 반드시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불식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오히려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아이들 스스로 자신만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존중해줘야 할 것이다.

'너만의 길을 걷는 니치형 인간이 되라' 우리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들려줄 말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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