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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사람들] 몸도 힘든데 왜 자원봉사 하세요?

캘리포니아 비숍(Bishop) 북쪽 해발 9600피트에 위치한 록 크릭 레이크(Rock Creek Lake)에서 친구와 같이 낚시를 하며 캠핑을 하고 있었다.

고산지대라서 8월 말인데 나뭇잎들이 벌써 가을 색깔로 물들기 시작하고 있었고 해만 지면 모닥불을 크게 피지 않으면 추웠다.

아침 식사 후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난데없이 곰 한 마리가 나타나는 바람에 우리는 놀라서 기겁을 하며 소리를 지르니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달려왔다. 그런데 어디선가 달려온 칠순이 넘어 보이는 두 할머니가 냄비를 두들기며 용감하게 곰의 뒤를 따라가며 멀리 쫓아버리고 되돌아온다.

세 번째 만남은 이렇게 용감한 두 분의 할머니들이었다. 생각하여 보니 어제 옆자리에 픽업 트럭 한대가 들어오더니 텐트를 친 다음 바로 산행을 시작하였던 두 아주머니들이 기억 났다.

종일 산행을 한 그들은 저녁이 다 되어 돌아와서 모닥불을 피우고 담소를 즐기는 모습이 전혀 이 할머니들이라고 생각지는 못하였다. 한 용감한 할머니가 "야생 곰은 50마일 밖에서도 음식 냄새를 맡을 수 있어요. 음식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해요"라며 우리에게 조심하란다. 무언가 모르지만 평범한 할머니 같지 않아 그녀들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분은 대학에서 사진학을 전공하고 미 항공국에서 일하다가 은퇴하고 지금은 산을 즐기며 국립공원 관리국에서 자원봉사로 일반인에게 산행과 야생 곰에 대하여 가르쳐 주고 있단다. 바이올린이 취미라서 자원봉사로 교향악단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있으며, 산에 오지 않을 때는 청소년들에게 바이올린을 무료로 가르치고 있단다. 또 한 분은 간호사를 하다 은퇴하고 양로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일주일에 하루는 산에 가서 사람들이 걷는 산길을 새로 만들고 보수하는 일을 도와준단다.

미국인이 자원봉사를 많이 한다는 것은 알았으나 이렇게 열심히 하는 줄을 몰랐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고 싶어 그들에게 물었다. "왜 당신들은 경제적 여유가 많아 넘치는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많아 몸도 힘이 드는데 왜 일부러 시간을 내어 그렇게 많은 자원봉사를 하는 것이지요? 혹시 종교적인 이유인가요? 예를들어 좋은 일 해서 사후에라도 보상받기 위해서 인가요?" 나의 당돌한 질문에 그녀는 조용히 설명하였다.

"지금 우리들이 믿는 종교는 없어요. 그러나 자원 봉사자들이 우리들을 위하여 아름다운 산길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면 당신과 내가 어떻게 그 산길을 즐길 수 있었겠어요?"라며 내게 되물었다. "우리는 살아오며 알게 모르게 이 사회에 많은 빚을 지고 살아왔어요. 이 사회의 도움으로 지금의 제가 있을 수 있었으니 저도 죽기 전에 다만 얼마라도 되갚고 가야 하지 않겠어요?"라며 웃는다. 무언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것으로 나중에 내가 무엇을 받을 수 있을지부터 생각했던 나. 지난 인생을 나의 노력으로 이루었다는 약간의 자부심. 이 얼마나 한심한 생각이었는지 느껴지며 그녀들 앞에서 창피하여 얼굴이 붉어졌다.

그녀의 말처럼 이 사회가 우리 개인들에게 베풀어 준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는 누구나 조금만 생각하여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을 어떻게 나는 이다지도 모르고 살았었던가.

앤디 안/자유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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