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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만난 사람들] 경치 좋은 산속에서 사는 '백설공주 난쟁이 할아버지'

Los Angeles

2013.07.0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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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의 가을 단풍이 아름답다는 소문은 들었으나 나는 한국 단풍에 비하여 노란색의 단풍의 아스펜 나무가 대부분인 이곳의 단풍은 별것이 아닐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날씨가 추워지면 콜로라도 아스펜 잎은 짙은 초록색에서 밝은 연두색으로 변한 다음 잎의 안쪽에서부터 노란색으로 변하며 잎의 가장 자리가 연두색으로 남아 햇빛을 받아 바람에 나부끼면 그 아름다움이 미국 특유의 거대한 규모와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이러한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며칠간 캠핑을 하고 있다 보면 30년 미국 이민 생활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오며 건조해진 우리 부부의 감성도 풍부해지는 것 같았다.

네 번째 만남은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 단풍이 우거진 콜로라도 바로 남쪽 뉴멕시코 북부의 헤론 레이크 스테이트 파크(Heron Lake State Park)에서였다. 패스만 사면 하루 단돈 4달러로 개별사이트에 전기와 물을 사용할 수 있고 더운물 샤워도 할 수 있어 이곳에 며칠을 있기로 했다.

캠핑장을 산책하다가 보지 못하던 이상한 캠핑 트레일러가 있어 그 주인과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칠십 후반의 노인으로 용접공으로 일하다가 은퇴한 그는 캠핑 트레일러를 직접 본인이 제작하여 DMV에 허가를 받아 트럭에 끌고 다니며 캠핑을 하고 있었다. 본인에게 맞게 다양한 공간과 기능은 내가 보기에도 잘 만들어진 것 같았다. 나는 어디에 사느냐고 물었다.

"집이 없어요. 이게 제 집이에요"라며 자신의 트레일러를 가리킨다. 그는 은퇴 후에 월 1000달러 정도의 작은 연금을 받아 그 트레일러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곳 캠핑장은 그가 주로 있는 곳은 아니고 임시로 며칠 만 있을 예정이란다. 매년 봄부터 늦가을까지는 기차 건널목 차단기가 없는 깊은 산골에서 하루에 서너 번 정도 오가는 기차 시간에 맞추어 차량과 사람을 통제하여 주는 자원봉사를 하며 근처에서 캠핑을 한다고 했다. 겨울에는 산에서 내려와 따뜻한 곳에서 낚시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나는 왜 도시에서 살지 않고 힘든 산 속에서 사느냐고 물었다.

"이렇게 공기 좋고 경치 좋은 산속에 살며 마음대로 낚시하고 사냥하며 남도 도와주며 내 인생도 즐길 수 있는데 왜 도시로 가야지요? 나는 도시 아파트에 갇혀 사는 다른 사람들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요. 도시에서는 1000달러의 연금이 적은 돈일지는 몰라도 나는 다 쓰지 못하여 매달 돈이 남아요"라며 주름이 많은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띄운다.

그는 햇볕에 그을린 얼굴이었으나 건강하였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알고 지금 무엇을 하는지를 알고 미래의 자신의 모습이 어떨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얼굴이 백설공주에서 나오는 일곱 난쟁이 중에서 얼굴에 주름 많은 한 난쟁이를 너무나 닮아서 지금도 그의 얼굴만 떠올리면 웃음이 나온다.

이제부터 자신의 인생에 대한 평가는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얼마나 만족하게 살았느냐가 될 것 같다. 내가 산에서 만난 노인의 대한 기억은 그가 받는 연금 월 1000달러가 아니라 만족한 인생 후반에서 보이는 온화한 미소이듯이 말이다.

앤디 안·자유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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