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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응원을 빛낸사람들] "밤새 만든 대형 태극기 응원장 뒤덮을땐 눈물"

Los Angeles

2002.07.03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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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랜디 조.데보라 조 부부
“밤새 잠 한숨 못 자고 만든 태극기가 스테이플스 센터 관중석을 뒤덮었을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습니다.”

이번 월드컵 대회 응원의 대미를 장식한 스테이플스 센터 합동응원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단연 관중석을 뒤덮었던 세로35피트, 가로45피트 크기의 대형태극기.

당시 합동응원장에 참석한 한인들은 과연 버스 3대정도 크기의 이렇게 큰 태극기를 누가 만들었을까 궁금해 했다.

이 대형 태극기를 만든 사람은 티셔츠 및 유니폼 전문 제작업체인 ‘티셔츠 헤븐’의 대표 랜디 조(45)·데보라 조(44)씨 부부. 조씨부부는 한국이 16강에 오르자 수천장의 붉은 악마 티셔츠를 만들어 한인들에게 무료로 나눠줘 화제가 됐던 태극전사들의 열렬한 팬이다.

“짧은 시간 안에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태극기를 만든다는 마음에 힘든 줄은 몰랐습니다”

데보라씨는 “남편과 함께 TV로 한국경기를 보던 중 본국 경기장의 관중석에 놓인 대형 태극기를 보고 우리도 한번 만들어 태극기가 방송에 나오면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형 태극기 제작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우선 닥친 장벽은 제작시간.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응원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한 조씨 부부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10시간 뿐이었다.

곧바로 작업에 착수한 조씨 부부는 대형 천을 길가에 펼쳐놓은 후 밤을 새며 태극기를 만들었다. 이들이 태극기를 완성한 시간은 새벽3시. 시간이 촉박해 연습을 생략하고 바로 관중석으로 옮겨진 태극기가 펼쳐지자 응원장에 모인 한인들은 열광했고 이 대형 국기를 만져보기 위해 많은 한인들이 달려들기도 했다.

데보라씨는 “막상 국기가 펼쳐지자 그동안 의미없이 외워왔던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라는 문구가 새삼 생각났다”며 “감격스러워 눈물까지 나올 정도”였다고 당시의 소감을 밝혔다. 데보라씨는 “대형태극기의 사진을 찍어 스테이플스 센터 측에 기증할 예정”이라며 “이것 또한 한인들이 자부심을 가질만한 역사적 기념물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가족끼리 합심해 일을 하고 특히 딸이 조국의 의미를 알게 돼 더욱 뜻깊었다”는 조씨 부부는 “오는 2006년 월드컵에는 더 큰 태극기를 만들어 한국팀을 응원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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