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도시공간 오클랜드를 탈출해 101 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 넘게 내려가다 만난 몬트레이 베이는 꽉 막혔던 가슴을 한껏 풀어놓기에 충분했다.
갑자기 코를 찌른 짠 냄새에 고개를 돌려보니 짙푸른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이 공간에 터를 잡은 한인들이 갑자기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캐스트로빌, 살리나스, 마리나, 시사이드.
몬트레이 카운티에 속해있는 이들 도시에는 약 1만 여명의 한인들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리 많지 않은 한인들이 여러 도시에 흩어져 살고 있는 몬트레이 카운티.
이곳에도 한인들을 하나로 묶는 중심 역할은 단연 한인회의 몫이었다.
몬트레이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한인식당 오리엔탈 익스프레스 한국식당(사장 윤종율)에서 지역사회 단체장들을 만났다. 한인회 한형택 회장과 민경호 이사장, 상공회의소 김기천 이사장과 최문규 회장, 축구협회 정홍섭 회장.
한인회 ‘한형택호’힘찬 출범
한인회 한회장은 지난달 15일 제18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회관다운 회관마련을 최대의 공약사항으로 내걸었던 그는 주민 공청회를 거쳐 반듯한 한인회관을 구입하는 것을 임기내 실천할 계획이다.
몬트레이 한인회 역사를 더듬는 한회장은 먼저 미군기지촌을 언급하면서 군인과 결혼한 한인여성들로부터 한인 공동체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한때는 꽤 많은 한인들이 거주하기도 했지만 군기지가 폐쇄되면서 한인사회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몬트레이한인회는 75년도에 설립됐다. 규모는 작을지 몰라도 지역 한인들을 위해 각종 민원업무, 이민서류작성, 시민권, 영주권 취득 등 사회복지 업무를 충실히 해오고 있다.
6대 한인회(당시 회장은 김동평씨)가 6만달러를 모아 한인회 건물을 마련했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한인회 사무실. 최대 30명정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지난 17대까지 한인사회를 묵묵히 이끌어온 역사적 산실인 것이다.
한회장은 현재 시가 35만달러를 웃도는 한인회 건물을 팔아 조금 넉넉한 공간으로 이전, 노인복지관, 한국학교, 민원사무실, 세미나장 등으로 사용할 구상을 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지난 열흘동안 이택구 이사장, 김진혁 보수관리위원과 밤을 새며 건물 보수공사를 마쳤다.
확 젊어진 상공회의소
한인마켓 7개, 한국식당 10개, 미장원 7개. 거주 한인수를 생각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정도로 많은 한인상점들.
단체장들은 단지 한인들을 위한 상점이 아니라 타인종들에게 한국 음식과 문화를 알리는데 앞장서는 문화사역자들이라고 평가했다.
몬트레이지역 한인분포는 단연 1세대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직업 시장이 그리 좋지 않아 2세들은 공부와 취업을 이유로 모두 대도시로 이빠져 나갔기 때문이다. 물론 1.5세나 2세 한인들의 한인단체 참여도 저조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몬트레이한인상공회의소에 새바람이 불었다. 며칠 전 8대 상공회의소 회장에 선출된 최문규씨는 지난 84년 이곳으로 이민와 현재 회계사로 활동하고 있는 1.5세대이다.
상의는 한인회와 달라 특성상 주류사회와의 연결이 불가피, 영어와 한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는 젊은 세대가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상공회의소 어른들의 중지로 모아져 선출됐다.
최회장은 각 한인 상인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중점을 두고 참여의식을 높여 조직을 활성화시키겠다고 밝혔다.
상의는 8명의 이사들과 150명의 일반 회원으로 구성돼있다.
김기천 이사장은 작지만 매운 맛을 낼 수 있을 정도로 발전가능성이 있는 지역이 몬트레이라고 자랑했다.
월드컵으로 신난 축구협회
몬트레이 한인사회에도 월드컵 열풍은 예외가 아니었다. 이 지역 유일의 체육 단체는 축구협회. 단체장들은 다른 지역 한인들보다 더 들뜬 분위기속에서 월드컵을 지켜봤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제 막 제6대 체육회장 이취임식을 치룬 정홍섭씨. 몬트레이 축구협회는 단순한 체육단체가 아닌 공신력있는 한인사회 리더그룹이라고 그는 말했다.
축구협회는 매주 일요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마리나에서 정기 경기를 갖고 있다. 또한 2주에 한번씩 멕시코축구협회와 친선경기를 펼치고 있다.
월드컵 응원전에 자리를 함께한 멕시코 축구인들은 코리아를 외치며 한국의 선전을 한마음으로 기원했다고 한다.
정회장은 회장 이취임식날 5년동안 운영해온 한국식당을 그만뒀다. 축구협회를 발전시키키위한 결정이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인회와 상의, 축구협회이외에 이곳에는 중가주식품상협회와 노인회가 한인사회를 대표한다.
작은 마을이기에 서로 더 많이 도와야하는 곳. 이곳 한인들은 매년 마리나 시에서 주최하는 문화행사에 참여해 태권도, 풍물놀이 등 한국 문화를 소개하며 화합과 일치에 힘쓰고 있다.
타지역 단체장들의 유창한 말솜씨와 능숙한 태도와 달리 몹시 수줍어하는 몬트레이 한인 단체장들의 모습은 오염되지 않은 주변 환경만큼 순수한 마음 그 자체였다.
단체장 세대교체와 함께 몬트레이 한인사회에 불어온 젊은 기운이 어떻게 퍼져나갈지 기대해 본다.
“2세교육과 선교에 비전을 둔 교회”
(살리나스 영광교회 담임 오중길 목사)
살리나스 지역에 한인 거주자가 불과 30명이던 지난 83년 살리나스 영광교회를 개척한 오중길 목사는 20년만에 마련한 교회 건물을 보며 더 큰 선교의 비전을 갖게됐다고 한다.
진정한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한 영혼을 구원하는 일에 전념하는 것이라고 믿고 목회하는 오목사는 1년전 미국교회 셋방살이를 벗고 건물을 구입했다. 아직 내부 수리중이지만 상가 건물을 구입해 개조한 교회건물은 교육과 선교를 위해 다양한 용도로 꾸며질 계획이다.
어른보다 어린이가 많은 교회. 청소년 목회에 관심 갖고 투자한 결과, 유난히 1.5세 2세들의 출석이 눈에 띈다.
“미국 한인교회들 중 교회학교를 어른들 예배보는 동안 어린이들을 돌보는 베이비 시터로 취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한인교회 미래는 바로 우리의 후세들에게 있습니다. ”
살리나스 영광교회 교인들은 개인, 그룹, 전체 성경공부를 통해 성서를 배우며 교회의 사명이 선교에 헌신하고 있다. 살리나스 영광교회 성경 공부 과정에 따르면 7년간 공부해야 신구약 성경을 통독할 수 있다. 오목사는 두 번째 성경공부를 마친 교인이 있다며 무척 흐뭇해했다.
오목사에게 쉬는 날은 없다. 목회 하루 이틀 할 것 아니라는 것 알지만 목회를 천직으로 하는 그에게 교회 일 자체가 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효과적인 선교를 위해 오목사는 비전 10을 설정했다. 각지역에 10개의 지교회를 설립해 선교사역에 힘을 모으는 것이다.
살리나스 지역 500명의 한인중 150명이 영광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오목사는 그동안 지역사회 봉사에 소홀했다며 지역 사회를 섬기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오목사는 몬트레이교역자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오경옥 사모와의 사이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