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카타리나 주립공원 캠핑장을 찾아가고 있는데 상가와 주택가 바로 옆으로 공원 정문이 있었다. 공원 정문에서 월마트가 보이고 커피샵이 보이는 것도 신기했다.
그런데도 정문을 통과하여 약간만 걸어 들어오면 깨끗한 돌산으로 둘러쳐 진 멋진 자연풍광이 아름다워 감탄사가 나왔다. 캠핑할 자리를 정리하고 공원 앞 월마트에 나가 스테이크 고기와 새우를 사서 들어와 모닥불에 구워먹으며 저녁 만찬을 즐기고 있었다.
다섯 번째 만남은 석양이 질 무렵 집사람과 산책을 하고 있다가 발견한 한 노인이다.
먼저 발견한 것은 두 사람이 겨우 눕기만 할 수 있을 정도의 아주 작고 예쁜 'A-liner'라는 삼각형 모양의 캠핑트레일러였고, 호기심에 두리번 거리고 있는 우리를 그 노인은 반갑게 맞으며 자신의 캠퍼를 열어서 이것 저것 보여주며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 노인은 놀랍게도 멀리서 온 여행객이 아니라 자신이 사는 집이 10분 거리에 있었다. 그는 새로 구입한 캠핑트레일러를 설치하여 보기 위하여 이곳에 끌고 나와 캠핑을 하는 중이라 하였다. 그는 올해가 80세로 많이 늙어보였다. 그는 자신의 생일 선물로 이 캠퍼를 자신이 직접 구입하였단다.
그는 신이 나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저께 집에서 캠퍼를 가지고 나와 설치하여 놓고 벌써 이틀을 여기서 자 보았는데 너무나 편하고 좋았어. 이것은 가벼워서 승용차로도 내가 직접 운전하며 끌고 다닐 수 있어. 앞으로 이것을 끌고 많이 돌아 다닐 거야. 우리 마누라도 아까 왔다가 갔는데 이 정도라면 자기도 따라다니겠대"라며 연신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새로 구입한 장난감 같은 이 캠퍼를 아이들처럼 신이 나서 이리 만져보고 저리 누워보고 자랑하는 80세 노인을 바라보며 왠지 측은한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는 왜 좀 더 일찍이 결정하지 못하고 지금에야 이러한 결정을 한 것일까?
나는 혼자 되뇌어 본다.
'그는 은퇴를 늦게 했을지 몰라. 아니면 그동안 어려웠을지도 모르고 그의 부인이 캠퍼구입을 반대했는지도 모르지.'그러나 그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는 않다는 사실이 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이 80세 노인에게 저 캠퍼를 가지고 즐거운 시간을 지낼 수 있는 기간이 조금이라도 더 길었으면 하고 진심으로 빌어본다.
나의 캠퍼로 돌아오면서 떨어진 부동산 가격만 오르기 기다리며 은퇴하지 못하는 친구가 생각났다. 그리고 손주들이 자주 놀러 올 거라며 큰 집 리모델링하고 아직도 페이먼트 걱정하는 친구도 생각났고 하루 반나절만 일하고 수천 달러씩 버니 그것이 아까워 은퇴 못하는 친구도 생각났다.
그들 모두를 생각하다 보면 '나는 정말로 행복하구나'라고 느낀다. 나는 가격 오르기 기다려야 할 부동산이 없어 행복하고 귀여운 손주가 아직 없어 행복하고 나는 돈이 벌리지 않아 행복하다. 어느덧 캠핑장에도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