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보다 여성이 스트레스에는 더 강하다고 판단하는 의학자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직장 생활 등을 하다 보면 남성 동료보다 여성 동료가 스트레스에 덜 시달리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는 각종 질병의 발병을 부추기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다. 건강을 제대로 유지하는 비결로 종종 스트레스 관리 능력을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여성들이 수명이 남성보다 긴 것 또한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에서 여성이 우월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렇다면 왜 여성이 남성보다 스트레스에 강할까. 최근 뉴욕의 버펄로 의과대학 연구팀이 이 같은 의문에 대해 눈길을 끌만한 답을 제공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대표적인 여성 호르몬으로 지적되는 에스트로겐 때문에 여성이 남성보다 스트레스를 잘 견딘다는 것이다.
#.여성 호르몬이 뇌를 보호한다=에스트로겐은 폐경기 이전 대부분의 여성들에게서 활발히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버펄로 의과대학 연구팀은 이 호르몬이 두뇌의 전두엽 피질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쥐 실험을 통해 밝혀냈다. 전두엽 피질은 단기 기억과 판단력, 집중력 등의 두뇌 활동을 담당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전두엽 피질은 스트레스를 자주 받으면 손상될 수 있는데, 스트레스로 인한 이 같은 손상을 에스트로겐이 최소화하거나 막아줄 수 있다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실제로 쥐 실험에서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준 결과 수컷 쥐들은 기억력이나 사물 인식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똑 같은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암컷 쥐들은 두뇌 능력에 거의 변화가 없었다.
또 수컷 쥐의 두뇌에서 에스트로겐이 작용하도록 한 결과, 수컷 쥐 역시 스트레스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반대로 암컷 쥐의 뇌에서 에스트로겐 분비 등이 차단되자, 이번에는 암컷 또한 스트레스에 취약함을 보였다. 한마디로 에스트로겐의 유무가 스트레스 저항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유사 에스트로겐 신약 기대=버펄로 대학 연구팀은 이번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한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연구를 주도한 젠 얀 교수는 "부작용이 없는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물질이 나온다면, 남성들의 스트레스 저항성 강화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얀 교수는 "스트레스를 받는 것 그 자체가 정신질환은 아니지만, 스트레스가 각종 정신과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에스트로겐은 여성들에게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는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에스트로겐이 부족하면 골다공증이 나타나기 쉽고 우울증을 경험할 확률이 높아지지만, 에스트로겐 주입 요법은 암을 발생시킬 위험성을 가중 시킨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