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가기 힘들 것 같은 자동차가 '뚝딱뚝딱' 작업을 거치면 어느순간 아름다운 '선물'이 된다.
그 선물은 복음을 전하기 위한 누군가의 '발'이 되어 세상을 쌩쌩 누빈다. 한인 크리스천 4명으로 구성된 '이글 크리스천 오토 아웃리치(Eagle Christian Auto Outreach·이하 ECAO)' 사역 이야기다.
지난 5월 시작된 ECAO는 고장난 자동차를 기부받아 자비량으로 수리한 다음 차량이 필요한 개인이나 선교지역에 무료로 지원한다.
ECAO 멤버는 문기열(자동차 정비), 박정용(바디샵), 강사용(사업), 제임스 엄(치과의사)씨 4명. 이들은 소속 교회나 직분, 직업 등의 구분없이 자동차 선물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았다. 이들이 흘린 사랑의 땀으로 고장난 자동차가 새롭게 태어난다. 일상의 달란트(재능)로 예수의 사랑을 따라가는 사역은 그래서 즐겁다. ECAO의 신나는 사역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전엔 '돈' 지금은 '선물'
고장나거나 오래된 자동차를 고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일을 사역처럼, 사역을 일처럼 하니 시각이 변했다.
예전에는 고장이 난 자동차가 '돈'으로 보였단다. 이제는 다르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이제 고장이 난 자동차는 '선물'로 보인다.
ECAO 문기열 씨는 "자동차가 밥벌이에서 선교 도구로 보이니까 세상을 보는 시각까지 변했다"며 "망가진 차를 보면 '저거 10만 마일 더 타게 고쳐서 누구 줄 수 있는데'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말했다.
자동차에 대한 시각 변화는 선교의 작은 시작이 됐다. 이는 각기 다른 배경의 크리스천이 신앙 안에서 의기투합하는 계기가 됐다. 이들이 함께 뭉친 것은 성경 나눔 모임인 '커피 브레이크'를 하면서다. 4명 모두 선교단체인 YWAM에서 선교 훈련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성경 모임 가운데 평소 일상 생활 속에서의 선교 비전을 가슴에 품고 있던 터에 서로 비전을 나누다가 뜻을 모으게 됐다.
◆ 차 고쳐 목사에게 줬더니…
ECAO가 자동차 사역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은 낡은 '1991년식 렉서스 ES300' 모델을 고친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 2월 남가주 지역 한 교회 권사가 안쓰는 오래된 자동차를 처리하기 위해 차를 기부한 것. 바디샵을 운영중인 ECAO 박정용 씨는 기부받은 자동차를 깨끗하게 수리하고 고쳐서 터스틴 지역 미자립 교회에서 사역하는 목회자에게 무료로 주게 됐다.
갑자기 자동차가 고장 나는 바람에 사역에 불편을 겪던 목회자가 자동차를 기부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팀을 만들어 본격적인 사역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ECAO 사역은 벌써 여러 대의 자동차를 고쳐 기부한 상태다.
최근에는 마즈다 자동차를 고쳐서 리버사이드 지역 미자립 교회 목회자 자녀에게 기증했으며, 현재 혼다 S2000과 엘란트라를 수리하고 있다. 자동차 수리가 끝나는 대로 자동차가 필요한 교회나 목회자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선교의 '발'이 되겠다
ECAO는 무료 자동차 지원을 통해 미자립교회 목회자, 저소득층 사역자 및 신학생 등을 도우려고 한다. 또 몽골 및 아프리카 지역 선교사 및 선교지에도 자동차를 보낼 예정이다.
문씨는 "남가주 지역의 미자립 교회를 대상으로 목회자 등의 자동차가 고장 날 경우 무료로 점검해주는 사역도 펼칠 계획"이라며 "이 사역을 위해 ECAO 멤버뿐 아니라 현재 중보기도팀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ECAO는 매달 첫째주 화요일에 10여 명의 중보기도 팀 멤버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모이고 있다. 중보기도 팀 역시 각 교회에 출석중인 평신도들로 구성돼 무료 자동차 지원 사역을 위한 기도 모임을 갖고 있다.
앞으로 ECAO는 펀드가 조성되면 각 교회들과 연계해 미자립 교회 및 저소득층 사역자를 대상으로 '생활안정자금 지원' 사역도 기획하고 있다. 큰 금액은 아니더라도 작은 지원을 통해서 미자립 교회 사역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차 기부자 이름으로 선물
본격적인 사역을 위해 ECAO는 자동차 기부를 받고 있다.
ECAO측은 "중고 자동차는 운행이 불가능해 보여도 상관없다. 고칠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고쳐서 기부할 것이다. 수리된 자동차를 기부할 때는 ECAO가 아닌 자동차를 도네이션 해준 분 이름으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ECAO는 4명의 멤버들이 각자 자비를 털어 부품 등을 구입해 기부받은 자동차를 수리하고 있다. 수리는 자동차 관련 업계에서 종사하는 문기열씨와 박정용씨가 맡는다. 또 치과의사인 제임스 엄씨와 사업가 강사용 씨가 자선단체 연결 등 각종 대외 업무를 담당해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ECAO는 "설교를 하고 양떼를 돌보는 일은 목회자들이 하고 우리는 우리가 가진 달란트로 그분들이 목양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목표"라며 "자동차뿐 아니라 여러군데서 지원해주는 기부금은 부품 구입비 등에 사용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ECAO는 비영리단체 등록을 하고 기부자들에게 세금보고용 영수증도 발급해 투명하게 운영할 예정이다.
또 매 분기마다 기부자들을 모아 자신이 기증한 자동차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 하는지를 함께 나누는 작은 행사도 계획 중이다.
▶문의: (949) 572-1689
주류 교계선 활발한 '자동차 사역'
자동차 정비 및 기부사역은 주류교회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어바인 지역 매리너스교회(담임목사 켄톤 비숄)는 지역 주민들로부터 자동차 기부를 받고 있다. 기부 받은 자동차는 교회에서 구성된 자원 봉사자들의 정비를 통해 수리돼서 자선 단체 등에 재기부되고 있다.
시카고 지역 윌로우크릭커뮤니티교회(담임목사 빌 하이벨스)는 20년 이상 자동차 정비 사역을 펼치고 있다. 자체적으로 ‘C·A·R·S Team’이라는 사역팀까지 구성해 주말마다 지역 사회 저소득층 주민들의 자동차를 정비해주고 있다. 또 자동차를 기부받아 재정비한 뒤 차가 없는 주민들에게 주기도 한다.
윌로우크릭커뮤니티교회 관계자는 “현재 이 사역에는 자동차 정비를 직업으로 가진 100여 명 가량의 교인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고 있다”며 “자동차, 오토바이, RV, 보트 등 운송수단이 되는 것은 모두 기부를 받고 있으며 주중과 주말 모두 운영되고 있어 언제든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했다”고 전했다.
한국의 경우 두레자동차 김진용(대구 만촌교회) 사장이 지난 2010년부터 ‘미자립교회 승합차 물려주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기부받은 자동차를 고쳐서 농어촌 교회나 미자립 교회 등에 기증하는 사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