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학비로 학생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남부의 MIT’ 조지아텍이 온라인 학위 프로그램을 저렴한 학비에 시작해 미국 대학가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23일 ‘슬레이트’ 지에 따르면, 조지아텍은 올해 가을부터 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개방형 온라인 수업(massive open online course, MOOC) 컴퓨터과학 석사 과정을 시작한다. 내년이면 등록학생 숫자 제한도 없앤다.
이 수업은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되는 수업을 이수한 후 과제를 제출하면, 캠퍼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과 똑같은 조지아텍 석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석사과정 총 학비가 겨우 6600달러라는 사실이다. 같은 학업과정을 대학에서 이수하면 조지아 거주자는 2만1000달러, 비거주자는 4만5000달러를 내야 한다.
전국 10위권의 초일류 학위 프로그램을 이같이 파격적인 가격에 내놓은 조지아텍의 실험은 대학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있다.
지금까지 일류 대학들은 MOOC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예일, 하버드, 스탠포드 등은 수년 전부터 인기강의를 온라인에 무상공개했지만, 이를 수강한다고 해서 학위를 수여하지는 않았다. 인터넷을 이용해 전통적 교육방식을 바꾸기보다는, 대학들의 자기 홍보 수준에 머물렀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대학들이 온라인 강의 변화를 꺼려하는 이유를 ‘냅스터 효과’에서 찾고 있다. 1990년대 음악공유 프로그램인 냅스터를 통해 불법 MP3 음악파일들이 난무하자 음악 및 연예업계 전반의 수익구조가 뿌리까지 흔들렸던 것 처럼, 대학들도 학생들이 대거 온라인으로 이동할 경우 현재의 수익구조가 기반부터 변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매년 인플레이션보다 2배 빠른 속도로 등록금을 인상해대는 대학들로서는 MOOC를 보고도 모른척 하고싶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온라인 학위의 문턱이 낮아지면 학위의 가치가 떨어질 것이고, 학교들이 가격경쟁을 벌이면 업계 전반의 수익이 저하되며, 이는 교육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온라인 학생들이 초일류 대학에만 집중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등교육업계 전문 투자회사 애틀랜틱 벤처스의 존 배쿠스 대표는 “조지아텍 같은 학교에서 싸게 공부할 수 있는데 누가 그저그런 학교에 몇 배의 학비를 내고 등록하겠느냐”고 중견대학들의 딜레마를 설명했다.
실제로, 조지아텍의 이번 발표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에모리 대학이다. 현재 에모리의 컴퓨터과학 학부는 대학순위에서 조지아텍에 비해 한참 뒤떨어지지만, 학비는 4만여달러에 달한다. 배쿠스 대표는 “대학원생들은 장학금이나 정부 학비보조를 받기 어렵고 대부분을 대출받기 때문에, 학부생들보다 학비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조지아텍은 몇년 내로 수천명의 학생들이 온라인 프로그램을 이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 갈릴 조지아텍 컴퓨터과학부 학장은 “전혀 새로운 도전을 하는 입장에서 우리도 떨리기는 마찬가지”라며 “싫건 좋건 인터넷 혁명이 다가오는데 남을 따라가기보단 남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