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학 합격을 통보받은 유복한 가정의 매사추세츠주 출신 18세 청년.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자 대학입학을 연기하고 해군에 입대해 최연소 해군비행기 조종사가 된다. 전쟁이 끝난 뒤 결혼을 하고 미시간주에 정착한다. 학업을 마치기 위해 예일대학 경제학부에 입학해 2년 6개월짜리 속성과정으로 졸업한다. 졸업후 가족을 데리고 텍사스주로 이주해 석유관련 사업으로 40세에 백만장자 대열에 오른다. 그리곤 텍사스주 연방하원의원을 시작으로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거쳐 부통령에 오르고 결국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 제41대 미국 대통령 조지 HW 부시의 간략한 인생사다.
좋은 학벌과 뛰어난 사업가로서의 수완, 성공가도를 달린 정치인생, 특히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큰 역할을 하는 등 외교사에서 뛰어난 흔적을 남긴 것에 비해 그는 레이건이나 클린턴 같은 카리스마가 부족했다. 평범해서 특별한 인상이 안 남는 대통령이 그에게 각인된 이미지다.
개인적으로 민주당의 트루먼과 공화당의 조지 HW 부시는 업적에 비해 과소평가된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 업적이 과소 평가되면서 단임 대통령에 머물렀는데 아들인 조지 W 부시가 연임에 성공해 아버지의 한을 풀었다.
부시 대통령은 나이 80을 넘겨서도 매년 자기생일에 낙하산을 타고 공중에서 뛰어내렸다. 이 장면은 언론에 매년 보도되고 있다. 참 대단한 체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그도 이제 90에 가까워오면서 체력이 예전같아 보이진 않는다. 얼마 전에는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도 있다.
최근에는 봉사활동 행사를 위해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하는 모습이 나왔었다. 사진을 보니 오바마 대통령은 진심으로 부시 대통령에게 친근감을 표시하고 부시 대통령도 오바마의 환대에 밝은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반대당 출신의 대통령들이지만 선후배 대통령간의 훈훈한 정을 느끼게 하는 장면이었다.
최근 부시 대통령이 갑자기 자기 머리를 깎았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의 경호원의 2살난 아이가 백혈병 치료를 위해 머리를 깎았고 그 경호원의 동료들이 한마음으로 모두 머리를 삭발했다는 것을 알고는 자신도 깎은 것이다. 한편 생각하면 괴짜같은 행동이기도 하지만 참 따뜻한 마음의 표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국의 전직 대통령과 관련한 부끄러운 소식은 우리의 마음을 우울하게 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직계가족부터 주변인물까지 50여 명이 숨겨놓은 재산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제서야 검찰이 수사하는 것을 보면 지난 20여 년 동안 팔짱만 끼고 바라만 보고 있었다는 결론밖에 안 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전 전 대통령의 정적들은 그를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놓아 주었는데 현정부는 추징금 징수에 칼을 빼들었다. 미국과 한국의 두 전직 대통령의 삶이 이렇게 비교가 되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