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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백배즐기기]황혼에 부른 삶 'What a Wonderful World'

퀸즈 코로나 루이 암스트롱 박물관

1901년 8월 4일 태어난 루이 암스트롱은 이 집에서 1971년, 69세로 생을 마감했다. 사실 루이 암스트롱의 출생 뒤에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여러 자서전 등을 보면 암스트롱이 자신의 생일을 1900년 7월 4일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당시는 출생 증명 등이 제대로 체계화 돼 있지 않았기 때문인데, 특히 암스트롱이 태어난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스는 길거리에 총성이 가득하고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던 동네였다. 엄마와 아빠가 모두 떠나버린 뒤 할머니 손에 길러지던 어린 암스트롱이 '내 생일은 언제'라고 묻자 할머니는 '네 엄마가 (너를 낳을 때) 폭죽 소리를 아주 많이 들었다고 하더라'라고 답했다. 암스트롱은 7월 4일 독립기념일 불꽃놀이를 떠올렸고, 그렇게 자신의 생일날을 기억한 것이다.

암스트롱 사후 1980년대에 들어 암스트롱의 세례 증서가 발견됐고, 사실 그의 생일은 1901년 8월 4일이었음이 밝혀졌다. 그 이후로 암스트롱 가족들과 팬들은 그의 생일을 두 번 기념한다. 7월 4일과 8월 4일. 이번 주말에도 암스트롱의 '진짜' 생일을 맞아 암스트롱 박물관에서는 특별한 이벤트들이 준비된다. 4일 오후 2시에는 요크칼리지 서머 재즈 프로그램 공연이 열리며, 오는 20일 오후 4시에는 암스트롱하우스가 있는 길을 막고 '블록 파티'를 연다. 음악과 음식, 그리고 각자가 가진 암스트롱의 추억이 모여 만드는 파티다.

◆박물관 둘러보기= 입구·기념품 숍으로 사용하는 주차 공간(garage)과 몇 가지 아이템을 모아 놓은 전시 공간(창고로 쓰던 자리)에서 투어는 시작된다. 전시 공간에는 암스트롱이 사용하던 슬리퍼와 가운, 그리고 주민들, 아이들과 함께 한 사진 등이 걸려있다. 동네에서는 그저 '수수한 이웃집 트럼펫 아저씨'였던 그였으나, 사실 루이 암스트롱은 '원조 월드스타'다. 유럽 등을 돌아다니며 영국 왕실에서도 공연했다. 영국 왕 조지 5세에게 1933년 받은 트럼펫도 전시돼 있다. 루이 암스트롱은 자신의 팬이었던 찰리 바넷 오케스트라 트럼펫 연주자 중 한 명에게 이 트럼펫을 줬다. '당신처럼 연주하고 싶다'라며 존경의 눈빛을 보내는 그에게 '그럼 내 트럼펫을 가져라'라고 한 것. 암스트롱이 얼마나 진솔하고 편견 없이 사람을 대했는지 알 수 있는 일화다.

박물관 입구 옆에는 정원으로 향하는 통로가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정원은 한국·일본·중국식 디자인이 가미됐다고 한다. 한 곳에는 소나무도 있고, 연못도 졸졸 흘러 평온함을 더한다.

집은 암스트롱이 한창 투어를 다니던 시절, 그의 4번째 부인인 세실 암스트롱이 구매했다. 당시 8500달러에 구매한 이 집은 사실 암스트롱이 1년에 50만 달러 이상 벌었던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검소한 선택이었다. 세실은 집을 구매한 뒤 투어에 한창이었던 암스트롱에게 새 집 주소를 전보로 쳐서 '여기가 이사한 새 집이니 이리로 오세요'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임시 거처로 생각하고 산 집이었으나, 결국 암스트롱도, 세실도 이 곳에서 생을 마쳤다.

◆암스트롱을 상상하다= 집에 들어서면 맨 처음 보이는 것은 계단. 계단에는 다리가 불편했던 암스트롱이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도록 자동 의자를 설치했다. 거동이 불편했던 마지막 나날들에도 활짝 웃고 있는 그의 사진이 걸려있어 당시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1층 거실은 동네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항상 개방돼 있었다. 아이들은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놀기도 하고, '아이스크림 타임'을 가지며 암스트롱 할아버지와 놀았다. 가이드에 따르면 당시 암스트롱 할아버지와 놀던 그 아이들이 이제는 성인이 되어 박물관을 찾아와 "그때는 그렇게 유명하고 대단한 사람인지 몰랐다"라며 그를 추억한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집안에는 암스트롱과 그의 부인 세실의 흔적이 묻어있다. 화려한 것을 좋아했던 세실은 화장실 벽을 온통 거울로 도배하기도 하고, 부엌을 온통 파란색으로 만들기도 했다. 1층 다이닝룸 벽에는 무용수였던 세실과 암스트롱의 러브스토리를 그대로 보여주듯, 춤 추는 여성과 음악을 하는 남성을 그린 중국식 그림이 커다랗게 걸려 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침실과 암스트롱 서재 등이 있다. 침실에는 대형 침대가 놓여 있고, 세실이 사용하던 슬리퍼와 읽던 성경책, 암스트롱이 쓰던 콜롱(Cologne)과 레이밴 선글래스 등이 있다. 드레싱룸은 세실의 취향대로 화려한 은색으로 꾸며졌고, 음악가의 집 답게 곳곳에는 스피커가 벽에 설치돼 있다. 암스트롱 가족이 항상 음악과 함께 생활했던 것을 알 수 있다.

구경을 제대로 하려면 박물관 투어를 통해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투어는 매시 정각에 시작한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집 안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 새 암스트롱 부부의 삶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다.

▶박물관 정보: 34-56 107th St, Corona, NY 11368. 화~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토~일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 입장료 일반 10달러. 718-478-8274. www.louisarmstronghouse.org.

이주사랑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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