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먹은 병 중서(中暑)

강기성의 한방사랑

12일은 말복이었고 13일은 견우와 직녀가 가마귀와 까치가 놓아 준 오작교에서 1년에 한번 만난다는 전설의 날인 칠석이었다. 칠석날에는 보통 비가 내리는데 견우와 직녀의 환희의 눈물이라고 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온통 세상이 무더위로 고생이 심하다. 외부 기온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파충류와는 달리 사람은 기온이 높아지면 체온을 조절하는 중추인 시상하부에서 혈관을 확장시켜 땀을 내어 체온을 떨어뜨려 주므로 건강한 사람은 평소 36.5도, 뜨거운 곳에서도 38도 이하로 유지되지만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지는 만성질환자나 심장뇌혈관질환자, 노약자는 그렇치 못하여 열사병에 걸리기 쉬우며 혼수상태에 빠지기 쉽다.

한의학에서는 더위먹은 병을 맞을 중에 더울 서를 써서 중서라 하고 또 주하병 또는 상서로 표현하며 이를 다시 중서와 중열로 나눈다. 가령 가만히 앉아서 더위를 먹은 것을 중서라 하고 더위속에서 활동하다가 얻은 것을 중열이라고 한다. 중서는 덥다고 집안에서 에어콘이나 선풍기 바람으로 더위를 피하거나 찬 음료나 찬 과일을 많이 먹어 몸에 한사가 침입한 것으로 소위 냉방병이며 따라서 더위때문에 생긴 증상이지만 몸에서 열이 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찬 증상이나타나는 것이다.

반면에 밖에서 활동을 하다가 더위를 먹은 것은 중열이라고 하는데 흔히 말하는 일사병이나 열사병 등으로 의식이 없거나 심각한 상태를 표현한 말이다. 중열의 기전은 더운 여름의 열기로 인하여 체온이 상승한 상태에서 땀을 많이 흘리거나 과로로 진액이 한꺼번에 소진되기 때문이며 혹은 더위로 위장의 기능이 상하여 땀으로 배출되는 진액만큼 보충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겨울에 양생을 잘하지 못하여 체내에 수기를 갈무리 하지 못한 고로 물이 많이 소모되는 여름철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사료된다.

중열은 체온조절 중추인 시상하부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아 땀을 내지 못하여 계속해서 체온이 상승되어 40도 이상까지 오르고 피부가 건조해진다. 수족은 굳고 당기며 장딴지에 경련이 일며 정신이 맑지 못하거나 정신을 잃게 된다. 안색은 창백하고 맥은 세삭(가늘고 빠르다)하고 혈압강하 등 허탈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히 열을 내리고 구급처리하지 않으면 안된다.
중열은 발병이 신속하므로 즉시 머리를 높이고 상의를 벗기고 어둡고 서늘하며 통풍이 잘되는 곳으로 옮기고 갈증이 있으면 따듯한 물이나 소금물 또는 물에 간장을 타서 마시게 하고 냉찜질을 하거나 알코올로 몸을 닦아 주던가 부채질 등으로 열을 내리는 조치를 하고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만약 들숨 곤란시는 인공호흡법을 실시하고 향수 등 자극성 방향류를 코에 대고 흡입케 한다.

중증은 순환이 잘 되지 않으며 탈수, 혼미 등 병정이 나타나므로 구급치료로 침술치료가 필요하며 특히 이침이 효과적이다. 진액을 불려주고 진기를 보충해 주는 처방으로 청서익기탕, 보중익기탕, 생맥산, 제호탕 등을 많이 쓰고 약재로는 인삼, 수박껍질, 오미자, 석류, 매실 등을 많이 사용한다. 또한 신맛이 나는 약재나 과실은 몸안의 진액이 빠져 나가지 못하게 하는 수렴작용이 있으니 여름철에 힘이 빠지는 사람은 신맛이 나고 수분이 많은 과실을 먹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