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도매가와 소매가의 중간가격으로 살 수 있는 수산시장이 있다.
시카고 다운타운 서부 랜돌프와 할스테드 길에 위치한 ‘L. Isaacson and Stein Fish Co.’는 셔윈 윌너(52세)씨가 가업을 이어 받아 3대째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민온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은 수산시장이라고 하면 언뜻 노량진 수산시장을 떠올릴 수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에서는 매일 새벽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해산물을 경매에 부치고 이른 아침 시간부터 싱싱한 생선을 싸게 사려는 일반인들로 북적댄다.
특히 가정에서 대소사가 있는 날이면 상호를 내건 가게의 수족관에서 활어를 골라 생선회로 상차림을 간단하게 해결한다.
요즘처럼 추석이 다가오면 더더욱 발디딜 틈 없이 붐비는 곳이다.
평소에도 수산시장에 가면 싱싱한 생물 생선을 비롯해 활어를 구경하고 고르는 재미도 있고 북적대는 사람으로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미국, 특히 시카고에서는 생물 생선조차 구하기 쉽지 않다.
한국처럼 수산물을 취급하는 도매상과 좌판을 놓고 생선을 파는 소매상이 집결해 있는 수산시장 같은 곳은 없다.
대규모 도매상들이 곳곳에 흩어져 직접 각 레스토랑이나 그로서리로 배달 판매를 한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소매를 하는 그로서리에서 해산물을 구입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도매업체 중 일반인들에게 도매가보다는 좀 비싸지만 소매가보다는 싸게 해산물을 공급하는 업체가 시카고에 2~3개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가장 역사가 오래 되고 큰 규모인 ‘L. Isaacson and Stein Fish Co.’는 올드 타이머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수산시장이다.
셔윈 윌너씨의 할아버지는 1880년대 유럽 오스트리아에서 뉴욕의 알렉스 아일랜드로 이민온 후 시카고로 이주해 1920년부터 수산업을 시작했다.
5년 전 작고한 아버지 벤 윌너씨도 1925년부터 할아버지 사업을 돕기 시작해 1946년 현재의 장소로 이전을 했다.
현 사장인 셔윈 윌너씨는 컬리지에서 해양 생물학을 1년 공부하다 도중 포기하고 1969~1975년 6년간 군대에서 근무했다.
처음부터 아버지가 하던 ‘L. Isaacson and Stein Fish Co.’ 사업을 돕지는 않았다.
독자적으로 조경 및 원예 사업을 하다 나중에 합류했다고 한다.
윌너씨는 조경과 원예하는 것을 좋아해 지금도 시간만 나면 집 정원 가꾸는 일을 한다고 한다.
기자가 방문한 주중 아침 10시경, 주중 아침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윌링에서 왔다는 부부는 윌링에서 여기까지 올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 동네에서는 도미가 1파운드에 8달러 70센트 하는데 여기에서는 4달러 50센트로 싸기도 하고 생선 종류도 다양해 매주 한번은 온다"고 말했다.
또 링컨우드에서 왔다는 필리핀 남자는 “일주일에 3번 정도 그루퍼(양볼락류과 고기)와 도미를 사러 혼자 온다”며 “오늘은 주중이라 한가한 편이나 토요일이나 카톨릭교회가 육류를 금하는 홀리 위크에는 발디딜 틈도 없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1968년 필리핀에서 이민을 온 그는 “싱싱하고 가격도 저렴하고 종류가 다양해 ‘L. Isaacson and Stein Fish Co.’에 다니기 시작한 지 13년이 된다”고 덧붙였다.
시카고에서 일주일에 한번 생선 머리를 사러온다는 필리핀인 부부, 한인이 하는 페인트 가게에서 일한다는 필리핀 청년 등 필리핀인 들이 많이 눈에 띄어 필리핀인들 사이에는 이미 유명한 수산시장인 것 같았다.
‘L. Isaacson and Stein Fish Co.’의 냉동 해산물은 미국 동부 해안, 캐나다, 브라질, 혼두라스, 중미, 중국, 한국, 아프리카 등에서, 생물 생선은 미국 동부 해안, 북대서양, 캐나다, 브라질 등에서 비행기 및 트럭으로 배달된다고 한다.
매일 아침 6시경 트럭으로 주문한 해산물들이 도착하고 500여 곳의 각 거래선에 배달할 물건을 트럭에 싣는다.
여기에는 한국 그로서리, 레스토랑 20여 곳도 포함돼 있다.
아침 7시부터는 일반인들에게 해산물을 팔기 시작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은 오전 7시~오후 4시 15분, 토요일은 오전 7시~오후 3시 일반인들에게 해산물을 판매한다.
일요일은 오픈하지 않는다.
이렇게 세계 각지에서 오는 해산물들이라 다양한 인종이 사는 미국에서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한인들이 좋아하는 고등어, 꽁치, 삼치 등 푸른 등 생선을 발견하지 못했다.
일반시장에서는 보기 힘든 거의 가재 크기 만한 새우, 가재, 문어, 홍합, 대합조개, 굴, 대구, 병어 등 웬만한 해산물은 다 있는 것 같았다.
가격은 문어 2달러 50센트/1 파운드, 새끼 문어 2달러 50센트/1파운드, 홍합 1달러 80센트/1파운드, 대합조개 1개 40센트, 석화 1개 45센트, 북대서양 연어 3달러/1파운드, 병어 3달러/1파운드, 대구 살 6달러/1파운드, 중 새우 8달러/1파운드 등.
아쉽게도 활어를 취급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 윌너씨는 “활어를 관리하려면 무척 힘들고 까다롭다”며 “또 활어를 취급하려면 특별 라이센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직원 26여명의 체력 관리를 위해 건물 2층에는 체력 단련을 할 수 있도록 꾸며 놓은 윌너씨는 “‘L. Isaacson and Stein Fish Co.’ 종업원들은 고객들을 숫자로 계산하지 않는다”며“인간적으로 대하며 그래서 항상 친절하다”고 말했다.
성유나 기자
■가는 길
주소는 800 W. Fulton Market, Chicago, Il 60607. 전화 (312)421-2444.
시카고 북쪽 방향에서 출발하는 경우 90, 94 하이웨이 동쪽 방향의 사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 출구 51B에서 빠져 랜돌프 길에서 우회전해 첫번째 신호등이 할스테드 길이다.
할스테드에서 우회전해 0.1마일 정도가면 다리같은 것을 지나기 전 왼쪽편에 ‘L. Isaacson and Stein Fish Co.’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