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떨리는 기차여행 ‘빙하특급’
곽노은과 함께 떠나는 낭만의 유럽여행 스위스
곽노은과 함께 떠나는 낭만의 유럽여행 스위스
가슴 떨리는 기차여행 ‘빙하특급’
스위스 빙하특급(Glacier Express)은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알프스 휴양지 마테호른이 있는 체르마트(Zermatt)와 겨울스포츠 최고의 도시 생모리츠(St. Moritz)를 연결해주는 관광열차다.
빙하특급이 여행자들의 로망이 된 이유는 만년설이 덮인 알프스 산과 울창한 삼림지대, 터널과 계곡 등을 가로지르며 청정하고 변화무쌍한 자연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알프스의 풍경을 좀 더 여유롭게 보여주기 위해 평균 21마일의 속도로 달려 ‘세계에서 가장 느린 특급’이라 불리기도 한다.
빙하특급이 전 구간 개통식을 가진 날은 지금으로부터 83년 전인 1930년 6월 25일. 검은 연기를 내뿜는 증기기관차는 체르마트에서 생모리츠까지 장장 11시간을 달려 도착했다.
이렇게 해서 스위스 남부의 서부와 동부를 잇는 빙하특급이 탄생했지만, 겨울만큼은 눈을 헤치고 달릴 수 없었다.
빙하특급이 일년 내내 달릴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31년 전인 1982년부터다. 엄청난 눈(Snow)도 단 한 번에 밀어버릴 수 있는 눈 치우는 열차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신형 전기기관차로 바뀐 지금도 빙하특급은 8시간을 달려야 겨우 목적지에 도착한다. 만약 빙하특급이 스페인에 있었다면 그 스페인 기관사는 전속력으로 열차를 조종했을까?
스위스인의 여유는 그들을 빗대어 만든 재미있는 유머를 만들었다.
어느 날 프랑스인이 스위스인의 집을 방문했다. 스위스인은 손님을 크게 환대하며 “잠깐 기다려 주게. 맛있는 것을 가져올 테니”하고 집을 나갔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아 걱정된 프랑스인이 나가 보니 그 스위스인이 열심히 달팽이를 잡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또 한가지는 토요일에는 스위스인에게 절대 농담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 그 이유는 일요일 예배 중에 웃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스위스인들이 느림보들만 있다면 스위스가 지금처럼 잘 사는 나라가 되었을 턱이 없다. 그들은 거의 모든 국민이 두 가지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어학의 천재들이며 대통령은 신년 연설에서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영어 등 4개 국어로 연설하는 것을 상례로 한다.
빙하특급의 또 다른 매력은 풍경과 함께 그곳에 얽힌 역사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열차에 오르면 이어폰과 작은 책자를 주는데 이어폰을 좌석 옆에 꽂으면 구간별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현재 제공되는 언어는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어, 일본어, 중국어 등 6개 국어. 한국어 설명은 아직 제공되지 않고 있다.
차창 밖을 바라보며 경치를 감상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웨이터들이 좌석을 돌며 3코스의 음식을 서빙하기 시작한다. 미리 주문한 식사는 오늘의 메뉴는 30 CHF(33달러), 3코스 런치는 43 CHF(47달러)를 받는다.
식사를 원하지 않는다면 열차 타기 전 음식을 구입하여 좌석에서 먹는 것도 환영한다. 스위스의 멋진 풍경을 바라보며 즐기는 만찬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
빙하특급은 빨간색과 하얀색의 미적 감각이 탁월한 파노라마형 열차다. 각 구간에 따라 가격 차이는 있지만 체르마트와 생모리츠 사이는 일등석 편도 254 CHF(273달러), 이등석은 145 CHF(156달러), 6~16세 사이는 1/2 가격, 6세 미만은 무료다.
좌석예약을 하려면 다시 좌석예약비(Seat reservation fees)를 지불해야 하는데 좌석 예약비는 여름에는 33 CHF(35달러), 겨울에는 13 CHF(14달러)를 받는다. 여기에 미국 등 외국에서 우편으로 주문하려면 또다시 18달러의 우송료를 지불해야 한다.
체르마트에서 생모리츠까지 또는 생모리츠에서 체르마트까지 빙하특급을 타려면 여름에는 일등석 326달러(1인), 이등석은 209달러(1인), 겨울에는 일등석 304달러, 이등석은 188달러가 드는 절대 싸지 않은 기차여행이다.
하지만 빙하특급을 무료로 타는 방법이 있다. 스위스 패스(Swisspass)나 스위스 세이버 플랙시패스(Swiss Saver Flexi Pass)를 구입하는 것이다.
스위스 패스나 스위스 세이버 플랙시패스는 스위스 내에서 운행하는 대부분의 열차, 버스, 유람선을 포함한 국영교통망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특별할인탑승권이다. 이 탑승권은 외국에서 외국인들만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스위스 안에서는 판매하지 않는다.
스위스 패스에는 4일, 5일, 6일, 7일, 8일, 9일, 10일권이 있다. 일정에 맞는 패스를 구입하면 여행을 시작하는 날로부터 한 달 안에 여행을 끝내면 되는 것이다.
바로 앞 좌석에 앉았던 캐나다인 부부는 왕복 빙하특급을 타며 800달러를 지불했다고 한다. 스위스 세이버 플랙시패스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더니 그들은 깜짝 놀라면서 다음 스위스여행 때는 꼭 스위스 패스를 사용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스위스 패스 또는 스위스 세이버 플랙시패스 이용자라 할지라도 좌석예약비(Seat reservation fees)와 우편 주문료는 인터넷 예약시 지불해야 하며 스위스 패스에 표시된 날짜 중 하루는 이용한 것으로 간주하여 빙하특급 검표원이 검표를 한다.
갑자기 사람들이 오른쪽 창문으로 옮겨가며 사진촬영을 한다고 북적였다. 빙하특급의 하일라이트, 랜드바써 비아둑트(Landwasser Viaduct) 때문이었다.
비아둑트는 1902년 해발고도 1032m에 세워진 65m(213피트) 높이의 아치형 돌다리다. 산속에 놓여진 돌다리를 열차로 통과하자니 짜릿한 쾌감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전 루트 중 가장 높은 구간은 고도 2044m(6706피트)의 오버알프 고개(Oberalp Pass). 알프스의 시골 풍경과 아찔한 절벽 등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빙하특급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기차역을 나오면서 뭔가 아쉬움이 남는 것은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빙하특급 여행기를 준비하며, 다시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
www.glacierexpress.ch/en/Pages/default.aspx(빙하특급 웹사이트)
글, 사진=곽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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