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 년 사이 절도범들에게 가장 인기를 모은 아이템은 무엇일까. 바로 사과(Apple)다. 물론 먹는 사과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을 일컫는 도둑들의 은어다. 애플사의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대표적 제품으로 여겨진 것이 은어가 탄생한 배경이다. 도둑들도 체면은 있는지 스마트폰을 훔치는 행위를 '사과 따기(Apple Picking)'라고 점잖게 부르고 있다.
컨수머리포트가 전국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지난 한 해 스마트폰 절도 피해자의 수는 160만 명으로 추산됐다. 스마트폰 절도는 특히 대도시에서 횡행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조지 가스콘 검사장에 따르면 전체 절도사건의 50% 가량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를 노린 것이다. 물론 주된 표적은 스마트폰이다.
절도범이 스마트폰을 노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표적을 찾는 것이 쉽다. 거리 곳곳에 스마트폰을 든 이들 천지다. 게다가 훔치거나 빼앗기도 쉽다. 카페 테이블에 놓여 있으면 몰래 집어들고 나오면 된다. 거리에서 통화하고 있으면 스쳐 지나가며 순식간에 스마트폰을 낚아채 달아나면 된다.
비싸게 처분할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최신 모델은 중고품도 신품의 절반 정도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수요도 차고 넘친다. 외국으로 빼돌려 팔아도 된다.
보험을 이용하거나 돈을 주고 새로 스마트폰을 장만하는 피해자 가운데 상당수는 경찰에 신고조차 하지 않는다. 설사 신고해도 경찰이 스마트폰 도둑을 잡겠다며 눈에 불을 켜지도 않는다. 가뜩이나 바쁜 터에 강력사건도 아닌 스마트폰 절도에 수사력을 기울일 리 없다.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손해를 볼 일은 없다. 사과 도둑들이 뜻하지 않게 제품 판매에 도움을 주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이래저래 스마트폰 사용자들만 불안한 상황이다.
하지만 사과 도둑들의 호시절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애플과 삼성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훔친 휴대폰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탑재한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을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당장 9월 10일 출시될 애플 아이폰 5S엔 지문인식센서가 장착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지문인식 기능을 갖추고 있으면 누가 스마트폰을 훔쳐가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애플사는 또 아이폰 운영체계인 iOS7에 새 도난방지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도난 당한 단말기의 주인이 원격작동을 통해 다른 사람이 아이폰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들고 단말기 위치추적도 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문인식 기능에 도난방지 프로그램의 이중 안전장치가 마련되면 아이폰 절도 사례도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 등 한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들도 한국 미래창조과학부의 지시로 내년 상반기까지 새롭게 선보이는 스마트폰에 도난방지기술인 '킬 스위치' 기능을 탑재하게 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휴대전화 부정사용 피해방지 종합대책'의 핵심인 킬 스위치는 다른사람이 도난 스마트폰을 초기화할 수 없도록 하고 원격잠금이나 삭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애플과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높은 삼성전자, LG 등의 주요 업체들이 잇따라 도난 방지책을 세움에 따라 절도범들의 '사과 수확'엔 큰 타격이 예상된다.
한 가지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의 대다수가 도난방지 장치가 장착된 신제품을 구입하기 전까지 기존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노린 막판 '사과 따기'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다. 불안하면 신제품을 사면 되겠지만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래저래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수난 시대는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