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LA방문한 기독언론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
"한국교회 그릇된 욕망, 타이타닉처럼 침몰중"
교회의 핵심가치이자 주인은 오직 '예수'
세상에 먹히는 가장 확실한 브랜드 '희생'
스토리·이미지·브랜드 가진 교회가 산다
13년간 ‘한 길’만 걸었다.
교회 개혁을 위한 오랜 여정이었다.
지난 2000년 창간된 기독언론 ‘뉴스앤조이(이하 뉴조)’는 그동안 한국교회의 목회자 세습, 불투명한 재정운용, 물량주의, 이단 사이비 폐해 등 교계의 각종 문제를 심층적으로 고발해 왔다. 기독교계의 ‘오마이 뉴스’라고 불리기도 했다.
종교란 거대 성역안에 둘러싸인 한국 교회의 각종 문제를 과감하게 보도함에 따라 교회개혁을 열망하는 계층의 구심적 역할을 해왔다.
뉴스앤조이 김종희 대표는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길을 걷지 않느냐”며 “더러 주변에서 외길을 걷는다고 말해주는 거에 대해 고맙지만 이건 뉴조가 걷는 ‘자기 길’일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김 대표가 LA를 방문했다. 그는 풀러신학교에서 ‘한국교회와 기독 언론의 사명’이란 주제로 열린 포럼(이학준 교수 진행)에서 거침없는 발언으로 오늘날 한국 교회의 상황을 전했다.
◆기독언론…"마실물 필요"
-기독언론에서 일할때와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
"교권이나 금권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지금 기독 언론들은 이 두가지에 지배당하는 상황이다. 거기서부터 독립해야 했다. 언론으로서 양심의 목소리를 내려면 현실상 가난을 선택해야 했다."
(김 대표는 뉴조를 창간하기 전 크리스천신문과 기독신문 기자로 일했다. 뉴조는 지난 2009년 신문사 구조를 비영리단체로 전환했다.)
-뉴조의 재정 충당 구조는.
"한마디로 '풀뿌리'다. 현재 개인 1500여명, 단체는 60여개 교회가 우리를 후원한다. 비판적 기능을 담당하는 곳에서 이 정도로 소액 후원자가 많은 곳은 기독 단체 중에 우리가 유일할 것이다."
-오늘날의 기독언론은.
"기독교는 지금 '언론의 홍수시대'다. 타종교에서 그렇게 많은 언론을 본 적 있나. 물은 많지만 마실 물이 없다. 언론은 넘쳐나는데 막상 쓸만한 언론은 없다는 뜻이다. 한국엔 봉고차 기자단도 있다. 이런 현실 가운데 제대로 믿고 마실만한 물이 필요하다."
-봉고차 기자단이 뭔가.
"교계 언론사 기자 여러명이 한꺼번에 봉고차를 타고 다니며 교단 행사 등의 취재를 한다. 거기에 몇푼 안되는 돈까지 오고가는 경우도 있다. 한국 교회 언론 상황은 심각하다. 기독교가 이런 상황이 되는데 굉장한 역할을 했다고 본다."
-요즘 몇가지 소송에 걸렸다.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본다. 한편으론 '이제 교권이 우리를 누르려는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 '쟤네들 그냥 떠드나보다' 했겠지만, 한편으론 무시할 수 없는 목소리가 됐다는 거 아니겠나.(웃음)"
(한국 최대 교단 중 하나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를 비롯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기독신보 등은 현재 뉴조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나성열린문교회 박헌성씨는 미주뉴스앤조이에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미주뉴스앤조이는 박헌성씨의 면직 전말과 성추문 의혹을 보도했었다.)
◆한국교회, 핵심가치 되찾아야
-한국교회 상황은.
"침몰하는 '타이타닉' 호와 같다. 금이 살살 가다가 최근 몇년 사이 급속도로 벌어지고 있다. 침몰하는건 시간 문제라 본다. 이왕 무너질거면 빨리 무너지는게 좋다."
-'무너진다'는 것은.
"무너진다고 하면 교회 자체가 무너진다고 생각하는데 그 뜻이 아니다. 교회가 아닌 한국 기독교가 갖고 있는 가치 체계, 즉 잘못된 부분이 무너져야 한다는거다. 딱 한 단어로 말하면 '욕망'이다."
-어떤 욕망인가.
"교회의 핵심가치이자 주인은 오직 '예수'다. 그런데 자기 욕망을 소명으로 포장하고 있다. 지금 교계에서 드러나는 각종 문제는 하나의 현상일뿐이다. 현상 이면의 근본적 문제를 봐야한다. 모든게 '나' 또는 '내 것'이니까…속이 썩어 들어가는데 약만 바르면 되겠나."
-소망의 움직임은 보이나.
"우리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대안이 뭐냐'고 묻는다. 하지만 대안은 현실에 대한 처절한 신음, 절규가 있을때 하나님이 보여주는거다. 한국교회 상황에 대해 진정 아파하는 마음과 근본적인 심각함을 느껴야 하는데 아직은 많이 모르는 것 같다. 내리막길이 더 있다고 본다. 대안 제시는 아직 좀 이르지 않나."
-뉴조가 하는 또 다른 일은.
"목회멘토링사역원을 통해 각 지역에서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고, 작은교회 운동을 펼치고 있다. 건강한 교회를 찾아 취재한 걸 토대로 책도 출판했다. 그밖에 구체적인 대안이 뭘까 고민중이지만, 우선 우리의 존재목적은 '교회개혁'이다. 거기에 언론은 하나의 수단이다. 가장 충실해야할 부분은 언론의 기본 역할인 비판, 감시, 견제다."
(그동안 뉴조는 21권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교회개혁, 기독교평화주의 등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지난 2012년부터는 3개월에 한번씩 올바른 기독교 신앙을 세우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바른 신앙 시리즈'도 출간하고 있다.)
◆"대형교회 분립해야"
-한국교회 미래는.
"얼마전 몇몇 대형교회 목회자들을 만났다. 현재 상황에서 대형교회는 더 이상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과, 건강한 분립개척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더라. 하지만 문제는 정작 분립하려는 교회나, 분립해서 나갈 부목사가 아직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게 현실이다."
-방향성에 필요한 것은.
"목회자 스펙은 갈수록 좋아지는데 그런게 목사를 검증해주지는 않는다. 분립을 위한 자생력 확보는 다른 얘기다. 한국을 봐라. 커피전문점이 넘쳐난다. 그런데 골목마다 마니아들이 찾는 자신만의 스토리와 이미지, 브랜드를 가진 커피숍은 살아남는다. 교회도 그래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런게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브랜드란.
"세상에 먹히는 가장 확실한 브랜드는 '희생'이다. 예수가 희생했다. 그의 희생으로 '내가 누리겠다'가 아니라 '나도 희생하겠다'여야 한다. 이건 기독교의 핵심 가치다. 사회는 부정적 의미의 '희생양'을 찾지만, 우린 긍정적 의미의 '희생양'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한 예로 사회선교팀 같은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김 대표는 희생과 나눔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다가 서울 수유동에 150여 명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기독 공동체인 '아름다운마을공동체'를 예로 들기도 했다.)
-작아져야 한다는 건가.
"작은교회운동을 강조하면 꼭 작은거를 추구한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작은걸 추구하는데 생명이 결부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신앙과 삶의 가치체계를 통전적으로 봐야 한다. 그게 실현되려면 자기안에 있는 욕망을 버려야 한다."
◆"기독교, 사회적 영향력 키워야"
-기독교와 세상의 괴리는.
"예를들어 얼마전 한 대형교회 목회자가 건물을 가진 교인들에게 '전세값을 올리지 말라'고 했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크리스천이 나서자는 메시지였다. 그런데 이 문제는 '우리끼리'가 아니라 사회도 함께 나서야 하는거다. 그러려면 교회가 세상을 향해서도 메시지를 내야 한다. 요즘 한국에선 공교육 문제 때문에 기독교대안학교를 세우자고 한다. 생각해보자. 그럼 정작 문제있는 공교육은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부분도 크리스천으로서 팽개칠 수만은 없는 문제다."
-왜 괴리가 생기나.
"목회자들의 인문학적 관점이 부족하다고 본다. 인간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있어야 한다. 인간의 '희노애락'이 단지 '죄인'이란 한 단어로만 규정이 될까.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그 인간이 모여있는 사회에 대한 이해도 부족할 수 있다."
-교회의 사회적 존재성은.
"지역사회에 한 교회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 교회가 문을 닫는데도 동네 사람들이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어떻게 생각되는가. 만약 지역사회를 섬기고 싶다면 당당히 후원을 받아야 한다. 대신 후원과 구걸은 구분하자. 생존이나 존립을 위해 모금하는건 구걸이지만 후원은 다르다."
-한국교회와 이민교회는 다를텐데.
"한국교회는 '목사'가 주인이라면, 이민교회는 '장로'가 주인같다는 느낌이다. 미국서 목회자 멘토링 세미나외에 장로 세미나를 할까 생각도 있다.(웃음) 이민교계는 현실보다 원칙적 이야기가 오고가야 한다."
(김 대표는 미국 방문 기간동안 워싱턴 지역에서 '미주신학생·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를 개최했었다.)
-이민교회도 각종 문제가 많다.
"그런 문제는 절대로 갑자기 터진게 아니다. 곪아 온게 터지는거다. 이제 이민교계도 서서히 바꿔나가야 한다."
뉴스앤조이는?
비판적 역할을 담당하다보니 뉴조에 대한 세간의 오해는 많다. 오해를 풀어보고자 했다. 포럼이 끝난 뒤 김 대표에게 몇가지 보충질문을 던졌다.
-뉴조에 대한 선입견이 많다.
“(웃음) 더러 종북, 좌파, 빨갱이라고 비난을 받기도 한다. 그걸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말 안타깝다. 그건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분단상황에 대한 극심해진 대립구도 때문이 아닌가 싶다. 대안을 제시하라는 의견도 있는데, 언론의 기본 기능은 비판, 견제, 감시다. 이게 언론의 운명 아닌가.”
-뉴조가 안티 기독교의 빌미가 된다는데.
“물론 그 부분에 대한 부담은 있다. 그런데 신천지 같은 이단이나 안티 기독교를 걱정하기보다 먼저 교회 건강을 생각하자. 왜 바이러스를 박멸하려 하나. 병균이 내 몸에 들어올 순 있지만 내안에 면역력이 있다면 절대로 자생하지 못한다. 내 건강 생각은 안하고 박멸만 생각한다. 반면 따뜻한 내용의 기사도 많이 취재한다. 하지만 ‘진짜’는 잘 드러내지 않으려 해서 힘들다.(웃음)”
-무너지는 목회자들이 많다.
“나는 목회자들에게 ‘우정에 의한 관계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오정현 목사나 전병욱 목사를 예로 들어보자. 목회자는 사역이라는 목표 지향적 관계속에 놓여 있다. 하지만 진정한 관계는 어떤 조짐이 보일때 충고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인격적 관계를 말한다. 그런일이 터지려고 하는데 주변에서 아무도 말을 못한다면….”
-인격적 관계란.
“신뢰다. 한 예로 고 옥한흠 목사님이나 이동원 목사님 같은 분과 오래 교제를 해왔다. 그분들은 뉴조의 논조는 불편해하지만 인간 김종희는 불편해하지 않는다. 뉴조 기자들은 아마 거꾸로 말할거다.(웃음)”
글=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사진=백종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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