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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야기-제21편 까미유 끌로델 - 영화 같은 삶

Chicago

2002.10.2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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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귀스트 로댕’하면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과 연관시켜 그를 단번에 떠올린다.
어찌나 유명한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은 광고나 화가들의 작품에 자주 패러디 되곤 한다.
그의 조각은 매끈한 대리석의 느낌을 벗어나 흙으로 마구 거칠게 빚은 느낌을 주어 살아서 꿈틀거리는 듯한 생동감을 준다.
청동 작품은 먼저 흙으로 빚은 뒤 청동을 부어 제작하는 것으로 어느 작품들보다 로댕의 작품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김명신 <네이퍼빌 예술나라 디렉터>

김명신 <네이퍼빌 예술나라 디렉터>

  <성숙기> 라는 이 작품을 보자. 모두들 얼핏 로댕의 작품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작가의 이름이 없다면 로댕의 작품이라 여길 만큼 아주 흡사하다.
이 작품은 까미유 클로델이라는 여성 조각가의 것이다.
까미유는 로댕의 조수이자, 작품모델이었으며, 연인이었다.
로댕은 당시에도 유명한 조각가였지만 까미유는 그렇지 못했다.

 아주 오래 전 <까미유 클로델> 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필자도 그 때까지는 그녀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조각을 시작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녀는 파리로 유학을 간다.
당시에는 여자가 미술을 하는 것이 일반화 되지 않은 무개척지였고, 그런 환경이 여성작가로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찌감치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교수는 그녀를 로댕에게 소개시켜 주었고, 로댕과 까미유는 연인이 되었다.
로댕의 작품에는 까미유를 모델로 한 작품들이 많이 있다.
같은 작업실을 사용하면서 로댕은 까미유에게서 영감을 얻기도 한다.
로댕의 걸작 <지옥문> 의 상당 부분을 까미유가 제작했을 정도로 그녀는 로댕 못지 않은 실력 있는 조각가였다.
서로가 영감을 주고받고, 모델이 되어 주고 그런 사이에 연인이 된다.
하지만 로댕에게는 오래 전부터 여인이 있었고, 로댕은 그녀에게 책임감을 느껴 그녀에게로 간다.
로댕을 사랑했던 까미유는 그것을 괴로워했고, 그로 인해 로댕을 증오하며 그에게 주었던 작품에 대한 영감과 사랑을 후회했다.
그 이후 집착증과 강박증을 보이던 그녀는 결국 정신질환으로 감금되어 삶을 마감한다.
정말 영화 같은 스토리다.
하지만 이런 사실은 당시의 모든 화가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었고, 이미 명성이 있었던 로댕의 편에 서서 까미유는 비참하게 미술계에서 매장된다.

 화가에게 있어서 영감은 아주 중요한 것이다.
로댕의 작품에 얼마만큼이 까미유의 영감이 투영되었는지 모르지만 로댕이 자신의 작품이 있기까지 까미유가 있었음을 부인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며 한때 로댕을 괘씸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성숙기> 를 보면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모습이 까미유이며, 다른 여인인 로즈 뵈레의 팔에 안겨 떠나가는 모습이 로댕의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사랑을 안타깝게 표현한 이 작품 뒤 까미유는 로댕을 증오하기 시작하고 결국은 비극적인 삶을 마감한다.
조각의 거장이 될 수 있는 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가 작가로 활동하기 힘들었던 당시의 시대상황과 한 남자를 열정적으로 사랑한 나머지 거기서 헤어나지 못한 여린 여인의 마음으로 인해 결국 꽃피우지 못하고 사라져간 그녀의 삶이 안타깝다.

 ‘로댕의 천재성이 만든 캐리커쳐’라고 평했던 당시의 미술 평론가의 말을 오늘날 필자는 도저히 곱게 들어줄 수가 없는 까닭이 단지 그녀도 나도 여자라는 이유에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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