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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기독교 상징은 십자가 아닌 닻

Los Angeles

2002.10.2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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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명 가스펠 가수 마이클 카드가 부른 ‘영혼의 닻’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는 박해의 와중에 신앙을 지킨 초기 크리스천들의 처절하리 만큼 단호한 믿음을 찬양한다. 여기에 중요한 믿음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선박에서 사용하는 닻이다. 그는 크리스천 전통과 닻의 연관성을 노래한다.

오늘날 기독교의 상징이 십자가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처음부터 십자가가 기독교를 상징한 것은 아니었다. 로마제국의 기독교 탄압이 극을 이루던 시절 핵심 크리스천의 심벌이 닻이었다. 이런 사실은 성경 구절에도 잘 나타나 있다. 히브리서 6장19절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이 소망이 있는 것은 영혼의 닻 같아서 튼튼하고 견고하여 휘장 안에 들어가나니” 1세기까지 닻은 믿는 자들의 소망으로 등장했다.

‘영혼의 닻’의 가사도 마찬가지다. “1세기 때 상징은 십자가가 아니었지. 바로 닻이었어. 내가 그 당시 크리스천이라면, 그래서 카타콤 지하묘지에 숨어 지낸다면, 또 가장 친한 친구 세 명이 사자밥으로 던져지고 불에 타 죽었다면, 그리고 네로 황제의 파티장에서 십자가에 매달려 화형에 처해 졌다면 어땠을까. 믿음 안에서 나를 최고로 북돋아 주는 상징은 바로 그 닻이지. 그 닻을 볼 때 나는 기억하네. 예수가 나의 닻이라는 사실을.”

그러면 초기 크리스천들은 왜 선박의 닻을 믿음의 상징으로 삼은 것일까. 원래 닻은 알렉산더 왕이 이집트에 세운 어용 정권 설루시드 왕조의 휘장으로 쓰였다. 왕의 몸에 닻 모양의 자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BC100년경 이집트에 살던 유대인들이 화폐의 상징으로 그 휘장을 이용했다. 세월이 흘러 AD100년 쯤 순교자 클레멘트 성인이 로마 황제의 명령으로 닻에 묶여 바다에 수장됐다. 이후 크리스천들에게 닻은 순결한 신앙의 상징이 됐다.

십자가가 등장한 것은 AD 300년 경으로 학자들은 제시한다. 로마제국의 탄압이 줄고 기독교를 오히려 후원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더 이상 비밀스런 상징이 필요없게 된 것이다. 콘스탄틴 황제에 이르러 십자가는 믿는 자들을 격려하는 상징으로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다른 주장도 있다. 닻을 의미하는 헬라어가 ‘안쿠라’인데 이 단어가 ‘엔 쿠리오’라는 말과 유사하는 것이다. 그 ‘엔 쿠리오’가 바로 ‘주님 안에서’라는 뜻이기 때문에 크리스천들이 닻을 상징으로 삼았다는 학설이다. 그리고 십자가가 닻을 대체하게 된 이유도 헬라어가 사라지고 로마의 라틴어가 제1언어로 상용되면서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초기 교회에서 크리스천들이 죽음의 위험 속에서 신앙의 상징으로 뜨겁게 가슴에 담았던 ‘닻’. 그 상징은 1600년대 르네상스를 맞이하며 약 200년간 ‘부흥’의 시간을 가졌다. 당시 묘지의 입구에 새긴 크리스천 상징으로 쓰인 것이다.

과연 이 험한 인생의 여정 속에서 평안의 항구에 영혼을 정박시킬 닻은 누구인가. 마이클 카드가 절규하는 닻이 다시 크리스천 사이에서 상징으로 ‘뜰 지’ 관심이다. 유정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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