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산을 붉게 태우는가 하면 가까운 동네숲속까지 온통 파스텔톤의 때때옷을 입힌다. 붉게 타오르는 적단풍에서부터 화려한 핑크빛 벚나무, 단아한 노랑색 참나무 호도나무 등이 어우러져 울긋불긋한 색채미학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는것.
워싱턴일원에서 손꼽는 단풍명소로는 웨스트 버지니아주의 포토맥강 지류와 메릴랜드주의 컴버랜드지역이 으뜸. 특히나 산림이 80%이상을 차지하는 웨스트 버지니아는 빛깔곱고 풍성한 단풍으로 인해 해마다 이맘때면 가을나들이객들의 발길이 잦다.
단풍은 나무들이 한해살이를 마무리하며 스스로 입을 떨구기전에 잠깐동안 거치는 생리적현상. 기간이 짧은만큼 단풍구경의 절정기를 포착하기란 그리 쉽지않다. 그러나 올해는 단풍시기가 예년보다 다소 늦어져 가을을 감상할 여행기회가 그만큼 길어진 셈.
한스여행사의 ‘스타 가이드’ 로버트 장은 “지난여름 가뭄으로 인해 단풍이 좀 늦게들었고 색깔도 예년만큼 곱지는 않을전망”이라며“이번주말부터 11월초까지가 단풍의 절정기를 맞을것”으로 내다봤다.
바쁜 삶으로 인해 아직 단풍여행을 다녀오지 않았다면 자연이 차려준 색동파티에 지금이라도 한번 참여해봄이 어떨가. 또 돌아오는 길에 워싱턴근교 농장에 들러 요즘이 제철인 사과피킹이라도 한다면 기쁨은 두배. 눈으로 만끽하는 가을여행과 과일을 맛보는 미각여행을 동시에 즐길수 있으니 말이다.
지난주 다녀온 웨스트 버지니아의 단풍기차관광과 I-66선상의 하트랜드 과수원의 당일여행기를 소개해본다.
■포토맥 이글 단풍기차=애난데일에서 아침 7시에 출발, 웨스트 버지니아 롬리역에 도착한 시각이 9시30분. 롬리(Romney)역에서 10월26일(토)까지 하루 두차례씩(오전10시 오후2시) 특별운행되는 포토맥이글 단풍열차를 탔다. 남쪽의 시카모어 브릿지를 돌아오는 왕복 3시간코스.
기차는 좌석이 따로없지만 대개 객실에 앉아간다. 맨앞쪽칸을 오픈객차로 운영하기때문에 바람이 쌀쌀하지만 않다면 이곳에 타는게 가을의 운치를 제대로 즐길수있는 방법. 오픈객차를 타려는 사람이 많기때문에 중간중간에 교대시간이 있다.
칙칙폭폭....기차여행은 언제나 마음이 편하고 넉넉하다. 덜커덩거리며 느릿느릿 움직이는 포토맥이글호는 어릴적 시골간이역의 완행열차를 생각나게 한다.
차창밖으로 길게 이어지는 육중한 산과 나란히 흐르는 포토맥강. 단풍이 산 능선위에서부터 불질러 내려오다 아래의 고즈넉한 강물을 만나 수면위에 다시 제모습을 채색해 놓았다. 산과 강이 서로 입맞춤이라도 한듯 색구분이 없다.
게이더스버그에서 온 여행객 차주건씨는 “가족들과 조용히 지내기위해 가끔씩 웨스트 버지니아를 찾는다”며 “단풍은 일교차가 큰곳이 아름답고, 특히 강변을 따라 단풍색이 더욱 선명하다”고 귀띔해준다.
이곳의 단풍은 본국의 단풍과는 약간 다르다. 예컨대 설악산의 선홍색 오색단풍, 월악산의 당단풍, 내장산의 애기단풍, 그리고 지리산 피아골의 피빛단풍에 비하면 이곳 단풍의 색깔은 단아하고 수수한편. 아무리 절정기라도 색깔이 그리 강하지 않다. 미국산림의 특성상 상록수들이 많이 섞여있어 푸른빛 감도는 몽실몽실한 단풍이 되지않았나 싶다.
포토맥 이글 기차여행은 미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단풍열차 유람코스다. 깨끗한 자연풍광도 볼거리지만 기차가 출발하는 롬리는 파란의 역사현장으로도 유명하다.
롬리는 웨스트버지니아에서 가장 오래된 타운. 1762년 영국왕족 토마스 페어팩스경이 당시 인디언방어요새인 포트 피어셀에 도시를 세운뒤 롬리로 명명했다. 남북전쟁때는 산악지대인 무어필드와 롬리사이가 전략의 요충지가 돼 남군과 북군이 전쟁을 치르며 교대로 점령하는 바람에 현재까지도 상처를 간직한 역사유물이 곳곳에 남아있다.
여행 도중에는 ‘미국의 나라새’인 흰머리독수리 서식지를 지난다. 나들이객들은 미리 준비해온 망원경으로 하늘높이 나는 독수리를 관찰하느라 여념이 없다. 흰머리 독수리(Bald eagle)는 1782년 세계최초로 나라새로 지정된 조류로, 1천피트 상공에서 고공비행하며 순식간에 낙하해 물고기나 포유류까지도 잡아먹는다. 몸길이는 대개 90센티~1미터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