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20/20] 승자독식사회와 '마태효과'
김완신/논설실장
마태효과는 쉽게 말해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뜻하며, 여기에는 명성이나 지위 등이 만드는 부수적 이득까지 포함된다. 무명화가의 그림은 작품성이 뛰어나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지만 유명화가의 그림은 작품성에 상관없이 고가에 팔리는 것도 마태효과의 일종이다. 부가 더 많은 부를 가져오고 명성이 또다른 명성을 만든다.
16일 발표된 '포브스' 선정 400대 부자들의 순자산 규모는 불황에도 1년 전보다 3000억달러가 늘어난 2조2000억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또한 순위에 변동이 있을 뿐 400대 명단에 새로 진입한 부자는 찾기 힘들다.
빈익빈부익부는 계속되고 있다. UC버클리 연구팀이 국세청(IRS) 소득세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득 상위 1%가 차지하는 부의 비중이 지난 100년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의 가계소득이 전체 가계소득의 19.3%를 차지해 이전 최고치였던 1927년의 18.7%를 앞섰다. 더욱이 상위 1%의 지난해 소득은 20% 늘어난 반면 나머지 99%는 1% 증가에 그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 5주년을 맞아 16일 백악관 연설에서 "금융위기 이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승자독식의 경제'로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통 노동자들의 소득은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소득이 최상위층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승자독식제'는 이긴 사람, 또는 극소수의 상위층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것을 뜻한다. 경제학자 로버트 프랭크와 필립 쿡은 저서 '승자독식사회'를 통해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는 불합리한 시스템을 지적했지만 자본주의 제도가 존속하는 한 완벽하게 해결 될 문제는 아니다.
승자독식은 경제용어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승자와 패자로 구분되는 모든 현상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대됐다. 대통령 선거에서도 승자가 주의 선거인단을 전부 갖는 승자독식제가 적용된다. 일부에서 승자독식제의 불공정을 지적하지만 연방제와 미국정치의 특수성을 감안하면 '독식'이라는 용어가 주는 느낌과는 달리 합리적인 제도로 인정받고 있다.
승자독식은 로토에서도 찾을 수 있다. 상금의 대부분은 1등에게 집중된다. 지난 13일 메가밀리언스 당첨금액은 1등이 1억1900만달러였지만 2등은 10만5203달러에 불과했다. 1억19000만달러는 10명 또는 100명이 나눠도 큰 금액이지만 로토 판매수입을 극대화하려면 1등이 독식하는 방식이 유리하다고 한다. 초대 재무부 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도 로토를 발매하면서 "높은 확률의 작은 당첨금보다 낮은 확률의 큰 당첨금이 더 좋다"고 말했다.
승자독식과 마태효과는 불황기일수록 심화된다. 경제가 악화되면 승패의 대결구도가 치열해지기 때문이다. 승자인 부자들은 '불황 속 호황'을 구가하지만 가난한 패자들의 삶은 각박해진다.
경제학자들은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조세정책, 제도개혁, 교육확대 등의 정책을 제안하지만 분명한 해결책은 못된다. 그렇다고 가난은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며 포기할 수는 없다. 모두가 잘 사는 사회가 공허한 이상향이라도 경제와 정책이 목표하는 지향만큼은 그곳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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