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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춤 가득한 비보이들의 세계 무대 도전기

Los Angeles

2013.09.1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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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 오브 더 이어 3D(Battle of the Year 3D)
감독: 벤슨 리
출연: 자시 홀로웨이, 크리스 브라운, 더키 등
장르: 댄스, 드라마
등급: PG-13


춤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다. 4편까지 이어진 인기 시리즈 '스텝 업'부터 '스트리트 댄스' '유 갓 서브드' '스텀프 더 야드'까지 힙합 댄스를 전면에 내세워 관객들을 황홀하게 한 작품은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배틀 오브 더 이어 3D(Battle of the Year 3D)'는 특별하다. 가장 큰 이유는 한인 벤슨 리 감독이 영화를 연출했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가 한인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배틀 오브 더 이어 3D'는 벤슨 리 감독의 2007년작 다큐멘터리인 '플래닛 비보이'를 다시 극영화로 각색해 만든 작품이다. 오랜 시간 공들여 취재해 다큐멘터리로 만든 비보이들의 삶을 직접 다시 극화해 연출한 만큼, 영화 속엔 다른 어떤 댄스 영화도 갖지 못한 깊이가 들어있다.

여타 영화들이 댄스를 그저 '장치'로만 사용했다면, '배틀 오브 더 이어 3D'는 비보이들이 진정한 주인공이며 댄스 그 자체가 이야기의 핵심이다.

영화는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적 비보잉 대회 '배틀 오브 더 이어'를 결승점에 두고 서서히 속도를 높여 달려가는 레이싱 경기처럼 진행된다. 언제부턴가 비보잉 계에서 퇴물 취급을 받는 미국 댄서들을 다시 최고의 자리에 올리기 위해, 힙합계의 거물인 단테가 친구 블레이크(자시 홀로웨이)에게 도움을 청한다. 한 때 잘나가는 청소년 농구 코치였던 그는 사고로 가족을 잃고 술에 쩔어 살아 가고 있었지만, 단테의 제안을 받아들여 '배틀 오브 더 이어'에 나갈 미국 대표팀을 찾기로 결심한다.

그가 선택한 방식은 미리 결성된 팀을 훈련시키는 대신 완전히 새로운 '드림팀'을 꾸리는 것. 팀 워크가 중요한 배틀 댄스에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낯선 이들이 팀을 꾸려 경기를 치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블레이크는 자신만의 카리스마 넘치는 훈련 방식으로 모래알 같던 댄서들을 하나로 모아 빼어난 팀 워크와 춤 실력을 자랑하는 팀으로 성장시킨다. 갖은 어려움을 이기고 프랑스에서 열리는 결승에 참여한 미국 '드림팀' 댄서들은 그간 갈고닦은 무시무시한 실력과 환상의 호흡으로 빼어난 무대를 보여주며 세상을 놀라게 한다.

배우가 아닌 프로 댄서들을 섭외해 배역을 맡긴 만큼, '배틀 오브 더 이어 3D'의 배틀 장면은 지금껏 나온 어떤 댄스 영화보다 생생하고 역동적이다. 다른 댄스 영화들이 춤 대회의 공연 무대나 뮤직 비디오식의 과시용 장면에서만 프로 댄서들의 춤을 빌려 썼다는 느낌을 주는 반면, '배틀 오브 더 이어 3D'는 오디션, 연습 장면에서부터 각 캐릭터의 아주 사소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장면에서까지 실제 댄서들만이 가질 수 있는 에너지와 감각을 담아내며 완성도를 높였다. 아내와 아이를 뒤로 해야 하는 댄서의 고뇌, 게이 댄서가 겪게 되는 소외감, 각자 개성이 특출난 댄서들이 맞부딪히며 겪는 갈등 등 영화가 보여주는 비보이들의 삶 역시 현실적이고도 쉽게 공감이 간다.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로 얽는 응축력은 다소 부족해 보이나, 다양한 인물이 풍부하게 그려져 오히려 흥미를 더한다.

극 후반부 열리는 대회에서 한국 비보이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설정도 인상적이다. 실제 세계 최고 실력을 자랑하는 한국의 비보이들인만큼 그들이 보여주는 무대의 파괴력은 실로 엄청나다.

북미 지역은 물론 전 세계에 개봉될 영화에서 한국 비보이들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고자 벤슨 리 감독이 세심하게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이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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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런 한국 비보이들 활약도 담아"
벤슨 리 감독 인터뷰


- 독립 영화만 찍다가 처음으로 대형 영화사(소니)와 작업한 극영화를 개봉하게 됐다. 소감은.

"모든 게 도전이었다. 어차피 영화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도전 아니겠는가. 늘 내가 직접 제작한 영화를 만들다가, 소니라는 거대 기업과 작업을 하려니 촬영을 하면서도 '내 영화인데도 남의 영화같은 느낌'이 들었었다. 내 주장을 관철시키느라 싸워야 할 일도 꽤 있었다. 하지만 수 없이 많은 너무나 뛰어난 스태프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점은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 언제부터 비보잉에 관심을 가졌나.

"80년대 고등학생 때부터다. 그러다 대학에 진학하고 영화감독의 길을 가며 잠시 춤에 대해 잊고 살았는데 1999년에 문득 브레이킹 댄스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다가 '그 때 그 댄서들은 다 어디 갔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렵 '배틀 오브 더 이어'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됐고 이후 매년 비디오테이프를 주문해 결승 대회를 보곤 했다. 그러다 2001년 대회에 처음 한국 비보이들이 등장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해가 갈수록 실력이 늘어 우승까지 하는 걸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그 때부터 비보이들의 삶을 다룬 '플래닛 비보이'를 기획하고 만들게 됐다. 그 '플래닛 비보이'를 극영화로 발전시킨 게 '배틀 오브 더 이어 3D'다."

- 자신의 다큐멘터리를 다시 극영화로 만드는 게 쉽진 않았을 텐데.

"'플래닛 비보이'가 MTV에서 소개되자마자 할리우드의 유명 프로듀서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로버트 드니로나 브래드 피트 처럼 유명 스타와 일하는 제작자들도 여럿 연락을 해왔고 많은 고민 끝에 소니와 일하기로 결정했다. '배틀 오브 더 이어'를 처음 알게 된 게 1999년이고 이를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야겠다 생각한 게 2003~2004년, '플래닛 비보이'가 나온 게 2007년, 극영화로 판권을 판게 2010년이다. 이 영화를 위해 십수년의 여정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 '배틀 오브 더 이어 3D'가 다른 댄스 영화와 차별화 되는 지점이 있다면.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주인공이 사는 동네 얘기가 아니라 전 세계 무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다. 다른 영화들은 힙합 댄스에 초점을 맞췄다면, 내 영화는 비보이들에게 더 초점을 맞췄다는 점도 차이가 있다."

- 한인 영화 팬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많은 분들이 영화를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다. 자랑스런 한국 비보이들도 나오고, 그들의 세계적 실력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제작자들과 싸워가면서까지 많은 노력을 했다. 재미있게 보시고 SNS 를 통해 입소문도 많이 내주시길 바란다."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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