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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팜므파탈]섹시한 요녀의 한판 스트립쇼

Los Angeles

2002.11.0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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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파멸로 몰아넣는 요녀를 의미하는 ‘팜므 파탈’(Femme Fatale)이 제목인 영화라면 당연히 필름 느와르를 떠올릴 것이다. 심리 스릴러로 유명한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팜므 파탈’은 벌거벗은 로리(레베카 로메인-스타모스)가 팔을 괴고 침대에 누워 TV에서 방영되는 필름 느와르 영화를 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필름 느와르 분위기는 로리가 동업자들을 속이고 보석을 가로채면서 확실히 굳어지는 듯하다.

이쯤에서 드 팔마 감독은 갑자기 방향을 바꾼다. 파파라치인 니콜라스(안토니오 반데라스)를 등장시키고 로리와 꼭 닮은 릴리(로메인-스타모스)를 등장시킨다. 로리가 릴리의 신원을 가로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고 니콜라스는 이를 추적한다. 방향전환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결말을 얼마 앞두고 꿈을 앞세워 다시 한 번 전혀 다른 곳으로 튄다. 잦은 방향전환은 구르는 돌처럼 영화에 이끼를 남기지 않는다.

어쩌면 드 팔마는 처음부터 필름 느와르라는 장르에 도전할 생각이 없었다. 첫 장면인 화려한 칸느 영화제의 레드 카핏은 어두운 도시의 도덕적 고뇌였던 필름 느와르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드 팔마는 그저 필름 느와르의 아이콘인 팜므 파탈의 도발적인 섹시함과 강렬한 스타일이 필요했을 뿐이다. 칸느 영화제가 열리는 극장의 화장실에서 벌어지는 동성애 장면은 ‘팜므 파탈’이 거둔 유일한 성과이면서 드 팔마가 원했던 요녀 스타일의 핵심으로 보인다.

러브 호텔에 가까운 화장실에서 로리는 베로니카(리에 라스무센)와 사랑을 나눈다. 베로니카의 몸엔 가슴을 겨우 가린 보석과 금 장식품, 얇은 치마 뿐이다. 둘은 키스하고 로리는 베로니카의 온 몸을 애무한다. 카메라는 쾌락에 겨운 이들의 몸짓을 머리 위에서 퇴폐적으로 그리고 오랫동안 잡아낸다.

그러나 초반에 그런대로 성공적이었던 요녀 스타일은 후반으로 가면서 스트립쇼로 떨어진다. 마지막까지 계속되는 로리의 스트립 연기는 로메인-스타모스의 팔등신 몸매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이 영화가 제목처럼 필름 느와르를 지향했다면 거의 모독에 가깝다.

로메인-스타모스는 마침내 후반부에서 전신누드를 보여준다. 영화가 끝나면 영화는 사라지고 눈 앞에는 수퍼모델 출신 여배우의 완벽한(?) 몸매가 잠시 어른거린다. 그런 면에서 ‘팜므 파탈’이란 제목은 영화에 가장 잘 어울릴 지도 모른다.

6일 개봉. 등급 R. 와이드 상영.



안유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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