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내 팔자야, 서방 복 없는 ○, 자식 복도 없다더니…” 털썩 주저앉아 땅을 치고 방바닥을 치며 절규하는 한국 어머니들의 넋두리를 우리는 드라마 속에서나 삶의 주변에서 익히 들어왔다. 바람기로, 노름으로, 때리는 버릇 등으로 속썩이는 남편, 아내를 청상으로 만들어 놓고 먼저 가버린 남편, 그런 힘든 환경에서 사는 어머니들이 자식 역시 속을 썩이면 이런 푸념을 절로 내뱉는다.
사람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면 남편 복도 있고 자식 복도 있는, 둘 다 갖추고 그야말로 복된 여자의 일생을 사는 이는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한가지씩은 아니 조금씩은 결핍되어 있다고나 할까. 결혼 전 부모슬하에선 복된 시절을 보냈지만 결혼 후부터 인생이 달라지는 경우를 많이 본다. 물론 이와 반대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자의 복이라는 게 무엇인지, 기혼여성들에게 있어 ‘복의 열쇠’는 남편과 자식이 쥐고 있는 듯하다. 그 열쇠에 의해 복의 문이 열려지고 닫혀진다. 편안하고 만족한 상태와 그에 따른 기쁨을 복이라고 한다면 복에 대한 개념은 다분히 주관적인 것 같다. 저 사람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이 이 사람에겐 매우 큰 복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편과 자식에게 적게 바라고 적게 기대하면 “이만하면 복 아닌가 ” 하고 자족할 수 있을 터인데 인간의 욕망은 그게 아닌 것 같다.
사람은 누구나 복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사람들은 복을 달라고 기도하고 신앙에 매달리기도 한다. 기복신앙이란 비판이 이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복은 뜻대로 안된다. 그래서인지 ‘복을 듬뿍 타고난 사람’이란 표현도 쓴다. 그렇다면 복이란 타고나야 한다는 뜻인가. 저 사람은 얼굴에 복이 두둑하게 붙었다느니, 저 여자는 얼굴이 박복하게 생겼다느니 하는 말들을 많이 한다. 복 붙은 데라고는 눈 씻고 봐도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그런 복이 굴러들었지 어떤 사람이 누리는 외양상 복의 강약을 놓고 판단하는 말들이다.
16년전 리커스토어를 운영하다 불량배들에게 희생된 한 아버지의 어린 남매가 의젓하게 성인이 돼 최근 캘리포니아 변호사 시험에 나란히 합격한 스토리는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그들의 어머니는 38세란 젊은 나이에 10세 13세난 어린 아들 딸과 함께 남편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낸 참담한 비극을 겪었다.
사건 당시 그 어머니는 누가 봐도 남편 복 없는 여자였을 것이다. 그러나 긴 세월이 지난 지금 그 어머니는 비록 남편 복은 없었을지 모르지만 자식 복만큼은 있어도 너무나 넘쳐나는 여성이 됐다.
생과 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판가름도 안 설 어린 나이에 아버지의 죽음을 현장에서 목격한 남매는 평생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받았음에 틀림없다. 자라면서 더욱 실감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잘 성장했다. 정상적인 학교생활과 어려운 시험을 패스했다는 객관적인 평가만으로도 그렇다. 아버지 없는 세월, 억울한 피해겪던 어머니를 지켜보다 변호사 될 결심을 했다니 얼마나 대견한가.
이민사회의 한인 어머니들 가운데 “남편 복도 있고 자식복도 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둘 중 한쪽만 허락됐다” “둘 다 없다”고 한숨짓는 이들이 적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남편과 자식의 결정적인 허물은 잘 발설하지 않는게 인지상정일게다. 그래도 남편 흉보기는 가끔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자식 허물은 어지간해서들 드러내지 않는다. 속을 태우면서도 아닌 척, 좀 못해도 잘하는 척, 쉬쉬하고 끼고 돈다. 팔불출이라는 핀잔을 들어가면서도 자식 자랑하기를 좋아한다. 이런 성향 때문에 남편 복 없는 경우는 좀 드러나지만 자식 복 없는 케이스는 잘 노출되지 않는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해로해야 남편 복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식 복은 장성한 후 부모 섬기기를 얼마나 잘 하는지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지위로나 물질적으로 크게 성공했어도 자식노릇 잘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세상이다.
내 곁에 존재함으로써 행복하기도 하고 불행하기도 한 대상이 남편과 자식이다. 좀 부족한듯 해도 남편 복, 자식 복 둘 다 갖췄다고 만족해 하는 여성들이 많았으면…. 어느 싱글이 말한다. “진짜 복 없는 사람은 복타령 운운할 대상인 남편도 자식도 없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