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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세례당의 황금빛 천국의 문

Washington DC

2013.10.04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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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은과 함께 떠나는 낭만의 유럽여행 이탈리아
시뇨리아 광장을 떠난 후 칼치아이우올리 거리를 따라 세례당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이 거리는 피렌체의 명품 쇼핑가로 자동차는 다닐 수 없는 보행자의 천국이다.
세례당 주변에 도착하니 이탈리아 젊은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멋진 포즈를 취해 준다. 지나던 아가씨 두 명이 환한 미소를 보내자, 그 뒤를 쫓는 활발한 성격의 이탈리아 총각들.

산 조반니 세례당은 피렌체에서는 가장 오래된 매우 역사적인 건축물이다. 원래는 예배당으로 1059년부터 1128년 사이에 지어졌지만, 후에 세례당으로 바뀐 것이다.

동쪽에는 조각가 로렌초 기베르티(Lorenzo Ghiberti)가 제작한 황금빛의 천국의 문이 있다. ‘천국의 문’은 미켈란젤로가 ‘천국의 문을 보는 것 같다’고 극찬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1400년, 유럽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페스트균이 1384년에 이어 두 번째로 유럽을 강타했다. 피렌체에도 흑사병이 발생했지만, 다행히 우려한 만큼의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당시 피렌체의 인구는 7만 명 정도로 런던이나 파리의 인구보다 많은 것이었는데 세례당에는 요한의 일생을 주제로 한 안드레아 피자노의 청동문이 하나 있었다. 시민들은 질병이 물러간 것을 기념하고 하나님의 은총을 구하기 위해 기존의 청동문 같은 새로운 청동문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것이 바로 산 조반니 세례당 동쪽 문인 ‘천국의 문(Porta del Paradiso)’이다.
이 문을 만들기 위해 1401년 피렌체시는 대대적인 청동문 제작 공모전을 개최한다. 그때 최종적으로 후보가 된 사람은 기베르티(22세)와 브루넬레스키(23세)였다. 두 사람에게는 ‘희생 제물이 된 이삭’이라는 똑같은 주제가 주어졌으며, 똑같은 양의 청동이 부여됐다. 결과는 기베르티의 승리였다.

기베르티는 그때부터 제자들과 함께 21년 동안 천국의 문을 제작하게 된다. 열 개의 부조 패널로 만들어진 청동문에는 카인과 아벨, 노예로 팔려간 요셉, 십계명을 받는 모세, 아브라함과 제물로 바쳐진 이삭, 여리고의 몰락,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에 이르기까지 성서의 여러 장면들이 조각됐다. 자신의 이름을 후세에 전하고 싶었던 기베르티는 자신의 얼굴을 천국의 문 중앙에 조각해 놓았다.
하지만 관광객들이 열심히 사진 촬영하고 있는 천국의 문은 진품 아닌 복제품이다.

세례당 내부에는 도나텔로와 미켈로초가 제작한 교황 요하네스 23세(Antipope John XXIII) 무덤과 천장에는 심판자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1225년부터 제작된 모자이크가 있다.

모자이크에는 창세기와 요셉 이야기, 성모 마리아와 세례 요한 이야기, 예수님이 그려 있으며 중앙 제단에는 두 개의 작은 창문이 있고 벽에는 십자가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다.

기베르티가 제작한 천국의 문 진품을 보려면 대성당 뒤에 위치한 박물관으로 가야 한다.

박물관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이 있는데, 계단 상석에 놓여 있는 피렌체의 피에타(Florence Pieta or The Deposition)이다.
25세에 이미 피에타(로마 성 베드로 성당)를 완성했던 미켈란젤로는 80세에 자신의 무덤을 장식할 피렌체 피에타(1547~1553)를 조각하기 시작한다. 피렌체 피에타는 두건을 쓴 니고데모와 마리아 막달레나, 그리고 성모 마리아가 막 십자가에서 내린 예수의 시신을 안고 있는 대리석 조각품이다.

그러나 미켈란젤로는 이 작품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일부를 분쇄한 후 하인 안토니오에게 줘버린다. 작품을 보면 왼쪽 다리가 떨어져 나간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미켈란젤로가 조각상을 부술 때 떨어져 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슬픔에 잠겨있는 니고데모(또는 아리마테아의 요셉)는 미켈란젤로가 자신을 조각한 것이다. 이 작품 외에도 도나텔로(Donatello)가 마지막 활동 시기에 조각한 막달라 마리아(Maria Maddalena)도 빼놓을 수 없는 박물관의 보물이다. 피골이 상접한 몰골로 기도하고 있는 막달라 마리아의 목각 입상은 충격적으로 아름답다.
도나텔로의 또 다른 작품으로는 악기를 연주하며 춤추는 어린아이들을 묘사한 대리석 찬양대, 칸토리아(Cantoria)가 있다. 마지막 전시관, 보호 유리 뒤로 보이는 것이 바로 기베르티의 ‘천국의 문’ 진품이다.

글, 사진: 곽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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