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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푸는 심리]'작은 한스'의 불안

Los Angeles

2002.12.02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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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석 정신과전문의
1908년은 프로이드가 비엔나 정신분석학회를 창설한 해였는데 마침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그에서 제 1차로 열린 국제 정신분석자 대회를 주관하기도 하고 또 항상 동경하던 영국을 두 번째로 방문했다. 그 바쁜 일정 속에서 ‘작은 한스’(Little Hans)라는 환자를 성공적으로 치료한 증례를 발표했다. 이 논문의 정식 제목은 ‘5세 된 남아에서 발생한 공포증에 대한 분석’이었다.

‘작은 한스’는 비엔나에 살고 있던 막스 그라프 라는 음악학자의 아들이었다. 그는 정신분석학에 매료되어 프로이드가 이끌던 수요일 집회에 수년간 정기적으로 참석하던 고정 멤버였다. 어머니 역시 프로이드로부터 분석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미모의 지식 여성이었다.

1908년 초 5살이 된 한스는 말 한 마리가 자기를 깨물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 후 이 공포증이 점차 확대되어 길에서 마차를 끄는 모든 말까지 무서워해서 집 밖에 나가기를 꺼려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밖에 나가는 경우에 그는 말의 행동을 조심스럽게 지켜 보았다.

동물원에 데려갔을 때 한스는 전에는 그렇게 좋아하던 여러 동물들을 피하고 아주 작은 동물들의 우리 앞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그는 코끼리나 기린의 생식기를 보면 불안해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들이 말을 무서워하는 이유가 말이 큰 생식기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타일렀다.

아들은 부친과 애증 관계

아버지는 아들을 프로이드의 진찰실로 데려 왔다. 이때 프로이드는 한스가 말을 두려워한 것은 사실은 아버지에 대한 공포였음을 발견했다.

한스는 어머니를 사랑했던 반면 막연하게 아버지가 죽기를 바랬음으로 이로 인해 아버지에게 벌을 받을까 하는 두려움이 숨어 있었다. 아버지로부터 징벌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말이 자기를 물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나타났으며 아버지가 죽기를 바라는 욕구는 말이 죽을까 하는 걱정으로 대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한편 그는 의식적으로 아버지를 사랑했으며 아버지를 닮기 원했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상반된 욕구 사이에 당연히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결국 프로이드가 작은 한스를 통해 정립한 이론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한스가 가진 말에 대한 공포증은 이디퍼스 컴플렉스에 기인한다. 누구에게서나 마찬가지로 아버지와 경쟁해서 어머니의 사랑을 얻으려는 욕구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이것은 무의식 속으로 억압(Repression)된다.

대부분의 남아에서는 이 억압이 성공하여 아무런 갈등 없이 성장한다. 그런데 일부 아이들에서 욕구가 지나치게 강하거나 억압이 충분치 못해 이 욕구는 무의식으로부터 의식 세계의 수면 위로 탈출하려고 한다. 억압되면 될수록 튀어나오고 싶어하는 이 욕구의 속성은 마치 상자 안에 눌려 있는 잭(Jack in the box)과 흡사하다.

공포증 원인 밝혀지면 치료

그런데 이 욕구가 의식화된다면 아버지란 라이벌에 의해 징벌을 받을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그 경고로 거세 불안이란 현상이 발생한다. 그래도 계속해서 욕구가 의식 세계로 튀어나오려고 할 때에는 이 욕구와 현실 사이에 타협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그 결과가 공포라는 증상으로 발전한는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를 상징(Symbolize)하는 말로 전치(Displace)되기 때문에 환자가 느끼는 것은 이미 아버지에 대한 공포가 아니며 말에 대한 공포일 뿐이다.

프로이드가 이와 같이 설명을 해 주자 5세에 불과한 한스의 공포증과 거세 불안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프로이드는 이 분석 결과를 스스로 상당히 만족했기 때문에 나중에도 그는 한스를 ”우리들의 작은 영웅“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곤 했다. 13년 후인 1922년 프로이드는 한스를 한 번 다시 만난 적이 있다. 그 사이 부모는 이혼했고 얼마 후에 각자 재혼했다. 그래서 한스는 어려운 시절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늠름한 청년으로 자라 있었다.

만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수 십년 간 감독으로 재직하여 이 단체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후 1972년 이후 은퇴 생활을 하다가 몇년전 사망한 루돌프 빙 경을 기억하는가. 그가 바로 어린 시절의 작은 한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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