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권을 빼앗긴 여성의 낙태
해프닝(Happening)
![‘해프닝’은 지난해 봉준호 감독이 심사위원장이었던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이다. 아무도 모르게 낙태를 홀로 돌파해야 60년대 프랑스 한 여대생의 이야기. [IFC Films]](https://www.koreadaily.com/data/photo/202206/25/121110e1-14d9-4416-84f4-07f84eba04c7.jpg)
‘해프닝’은 지난해 봉준호 감독이 심사위원장이었던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이다. 아무도 모르게 낙태를 홀로 돌파해야 60년대 프랑스 한 여대생의 이야기. [IFC Films]

영화 리뷰
낙태를 금하고 있는 60년대 초의 프랑스. 대학생들의 흥겨운 파티가 한창이다. 남녀 학생들 간에 유혹과 거절이 오가고 가벼운 접촉이 이어진다. 교사를 꿈꾸는 문학도 앤(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은 남학생들의 시선을 집중하는 미모를 지녔다. 앤의 임신 3주를 알리는 ‘3주차’라는 자막과 함께 관객은 평범한 여대생의 비밀과 맞닥뜨린다.
믿고 싶지 않던 일이 사실로 확인된다. 산부인과 의사는, 남자와 관계한 적이 없다고 둘러대는 앤에게 임신 4주차를 알린다. 아이를 낳으면 학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안은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낙태를 계획한다.
그러나 어떤 의사도 앤을 도우려 하지 않는다. 친구들마저 외면한다. 시간은 흐르고 임신중절이 가능한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침잠과 골몰의 시간이 지나간 후 앤은 몸속 깊숙한 곳에 생채기를 내가며 내 안에 엄마를 죽이는 해부의 고통을 자행한다.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자신만의 비밀로 간직한 채….
영화는 여성의 선택권을 앗아간 시대에 여성이 감수해야 하는 고통을 홀로 안고 투쟁하는 앤의 시각으로 세상을 포착한다. 투쟁의 대상은 그녀를 판단하거나 관망하는 자신의 부모와 친구들이고 나아가 프랑스 사회의 종교와 제도이며 모든 사람들의 사고이다.
체험하지 않은 허구를 쓰는 일을 거부하는 작가로 알려진 아니 에르노의 낙태 체험에 바탕을 둔 소설을 오드리 디완 감독이 영화화한 ‘해프닝’은 2021년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 수상했다. 제인 캠피언의 ‘파워 오브 도그’가 강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캠피언, 파올로 소렌티노, 페드로 알모도바르 등의 작품들을 제치고 ‘해프닝’이 황금사자상을 안았다. 심사위원장은 봉준호.
루마니아 출신의 배우 바르토로메이는 세자르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생생하고 노골적인 그녀의 연기는 앤의 임신 12주와 임신중절의 고통 속으로 관객을 끌어들여 추체험의 영역으로 완성해낸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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