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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마당] 그리운 우울
New York
2022.08.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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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가운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우울 憂鬱’과 ‘병 病’은
따로 놀기가 수월치 않게 되었어
바람의 장난감에 불과했던
기분에 병을 집어넣은 뒤로
우울은 매우 위험해졌거든
안개 옷을 즐겨 입던 우울에게
검정 상복을 입힌 것도 그들이었지
번개탄과 허공
술과 욕실
질기되 질긴 한 발 끈에 대해서
그들이 줄곧 떠들어대는 동안
가짜 우울의 귀가
당나귀 귀처럼 커져 버렸거든
텔레비전에 얼굴 내밀기를 좋아하는
가짜 우울은
공룡처럼 부푼 유년을 단숨에
데리고 오지
데려오지 못할 때는
프로파일러가 데려다주기도 해
검정 상복은 이제 너무 흔해져서
예술가들마저
우울을 걸치기 어려워졌다네
착하디착하던
우울,
그리운 우울아
한혜영 / 시인·플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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