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프랑스 세자르영화상 작품상 외 7개 부문 수상작 ‘12일 밤의 살인사건’. 조용히 흐르는 가운데 여성혐오라는 사회악에 주목하는 스릴러. [Film Movement]
프랑스에선 매년 800여건의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20% 정도가 미해결로 처리된다. 영화는 그중 가장 충격적인 사건을 소재로 한다. 2022년 프랑스 세자르영화상 작품상 외 7개 부문 수상작인 이 영화는 범인을 추적하는 일반의 형사물과는 차원이 다른 류의 스릴러다.
영화는 이 끔찍한 살인 사건이 미해결로 처리되는 과정을 세밀히 관찰하며 경찰 내부의 구조적 문제들에 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인간 영혼의 어두운 면을 파헤치며 동시에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보여지는 오류들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2003)과 비교된다.
2016년 10월 12일 밤, 21세의 클라라 로이에가 불에 탄 시체로 발견되다. 중범죄수사대 팀장으로 새로 부임한 요한(바스티앙 부용)이 수사를 지휘한다. 경찰은 클라라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온몸에 휘발유를 덮어쓰고 불태워졌을 거로 추정한다. 그녀의 측근을 중심으로 탐문에 나선 경찰은 그녀가 사귀던 남자들 중 한 명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한다. 그러나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해 미제사건으로 처리된다.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클라라가 다수의 남자들과 잠자리를 같이 했다는 사실에 관심이 옮겨지면서 그녀의 남성 편력이 살인의 원인인 듯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요한은 분노하고 동료 경찰 마르소는 범인을 잡지 못하는 상황에 좌절하며 이성을 잃어간다.
3년의 세월이 흐른다. 사건을 들여다보던 판사가 요한에게 재수사를 제안하고, 경찰은 과거 용의 선상에 올라오지 않았던 한 남자가 지속적으로 클라라의 무덤을 찾아온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를 체포한다. 그러나 그가 사건 당일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던 사실이 입증됨으로써 결국 사건은 또다시 미궁으로 빠진다.
앨프레드 히치콕과 스탠리 큐브릭의 추종자 도미니크 몰 감독은 살인의 동기로 보이는 여성혐오에 주목한다. 여성혐오는 아이러니하게도 남자 수사관들의 대사들에서도 읽힌다. 과다한 업무에 시달리는 경찰, 예산 부족으로 CCTV를 작동시키지 못한 미비점 등 경찰의 오류가 명백해 보이는 결정적 정황들이 포착된다. 여성혐오라는 사회악을 범인으로 지목하는 요한의 ‘추상적 결론’이 육중한 무력감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