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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의 씨앗' 크림반도, 우크라 종전 결정할 중대변수 부각

"러 점령, 내 책임 아냐" 일방적 양보 밀어붙이는 트럼프 젤렌스키 정치생명 위협…유럽, 국제질서 붕괴·안보악화 우려

'분쟁의 씨앗' 크림반도, 우크라 종전 결정할 중대변수 부각
"러 점령, 내 책임 아냐" 일방적 양보 밀어붙이는 트럼프
젤렌스키 정치생명 위협…유럽, 국제질서 붕괴·안보악화 우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는 우크라이나 영토 크림반도가 종전 여부를 좌우할 중대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종전 협상 참여를 끌어낼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포기를 본격적으로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입수해 보도한 트럼프 행정부의 종전 중재안에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지배에 대한 법적 인정이 포함돼있다.
문건에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휴전이 이뤄진 뒤로 미루자는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역제안도 담겼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크림반도를 비롯한 우크라이나의 영토 포기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크림반도는 러시아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 포기가 종전을 촉진할 평화합의의 일부라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미국 뉴저지 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났을 때도 우크라이나에 다시 압박을 가했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크림반도를 포기할 준비가 됐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나는 그렇게 본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령이 애초 자신의 책임이 아니니 개입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항변을 하기도 했다.
그는 "12년 동안 아무도 거론하지 않더니 지금 거론한다"며 "그래서 내가 그(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오바마(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돌아가 왜 포기했느냐고 물어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강제 병합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군사력으로 맞서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대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지역의 분쟁이 자신의 책임이 아니며 중재에 들어가는 비용이 국익 훼손이라는 식의 논리를 자주 내비치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전 자체도 자신이 아닌 조 바이든 전임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전쟁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자신에게 당사국 모두가 만족할 만한 조화로운 분쟁 해소의 책임이 없다는 인식 속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영토 포기 압박은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는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를 종전 협상을 향한 매우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해 반기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27일 미국 CBS 인터뷰에서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는 자국 영토를 협상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이해한다"며 "이건 기정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는 크림반도를 법적으로 내주는 것은 상징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헌법에서 크림반도를 자국 영토로 규정하며 현재 국경 내 영토는 분할되거나 침범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크림반도를 포기하는 것은 심각한 헌법 위반이며 이는 정치적인 치명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 국민도 크림반도를 자국 영토로 보고 크림반도 이양을 위한 개헌 등 어떤 조치도 용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 대다수가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을 아직도 충격으로 여기고 있으며 크림반도와 본토에는 이산가족까지도 존재한다.
러시아는 2014년 2월 우크라이나에서 친러시아 대통령이 축출되자 부대 마크가 없는 병력을 투입해 크림반도를 점령했다.
그렇게 자국군을 크림반도에 주둔시킨 러시아는 특수부대를 투입해 자치 의회를 장악하고 러시아 합병 주민투표를 시행해 가결했다.
러시아는 인구 230만명 정도이던 크림반도에 자국민 80만명 정도를 이주시키고 반체제인사 탄압, 여론통제로 러시아 본토와 동질화를 이뤄갔다.

유럽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주권 인정은 기존 국제질서의 붕괴에 따른 급격한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
무력 사용을 통한 영토 강탈을 금지하는 국제법 위반을 인정하는 나쁜 선례는 군사강국의 전횡을 부추길 수 있다.
특히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유럽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더 대담해지는 상황에 민감하다.
서방 군사안보 당국에서는 우크라이나전이 끝난 뒤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국가에 전쟁을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 맥락에서 당장 독일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영토 포기 제안을 두고 우려가 쏟아져나왔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은 "우크라이나가 최근 미국 대통령의 제안까지 나아가서는 안 된다. 그건 항복에 해당한다"며 말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장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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