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이름값 다 빼고 고수한 원칙’ 조상현 감독 철학이 옳았다…LG 챔프전 진출의 원동력 [서정환의 사자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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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서정환 기자] 아무리 유명한 선수라도 똑같이 경쟁해서 증명해야 뛸 수 있다. 조상현 감독의 철학과 원칙이 드디어 빛을 발했다.
조상현 감독이 이끄는 창원 LG는 28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개최된 2024-25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울산 현대모비스를 72-69로 이겼다. LG는 3연승으로 챔프전에 선착했다.
LG는 2014년 김종규-김시래-문태종 시대 이후 11년 만에 다시 챔프전에 올라 첫 우승에 도전한다. 상대는 서울 SK 대 수원 KT의 승자다. SK가 2승 1패로 앞서 있다. 1997년 창단한 LG는 아직도 우승이 없다.
조동현 감독과 ‘쌍둥이 대결’에서 승리해 더욱 의미가 깊었다. 경기 후 조상현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간절한 마음을 갖고 최선을 다해 역사를 만들겠다”면서 구단 첫 우승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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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내내 양준석, 유기상 등 어린 가드들이 주전으로 팀을 이끌었다. 트레이드로 영입한 2년차 이경도는 백업가드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결국 조상현 감독의 철학이 좋은 선수들을 만들었다.
2022년 조상현 감독이 LG에 부임했다. 팀의 주축은 조성원 감독시절에 영입한 이재도와 이관희였다. 좋은 선수들이지만 고액연봉자고 나이가 많은 걸림돌이 있었다.
조상현 감독은 부임부터 지금까지 똑같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선수는 아무리 이름값이 높아도 경기에 뛰지 못한다는 것이다. 수비가 되지 않는 선수도 마찬가지다.
LG는 2022년 1순위로 양준석을 뽑았다. 무릎십자인대 부상으로 1년을 쓸 수 없는 선수지만 믿고 기다려줬다. 2023년 3순위로 ‘차세대 슈터’ 유기상을 지명하는 행운을 안았다. LG는 연세대 백코트 콤비를 모두 뽑아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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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현 감독 부임 후 LG는 2년 연속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검증된 이관희와 이재도를 이적시키는 모험을 강행했다. FA 및 트레이드로 전성현, 두경민, 최진수, 허일영을 영입했다.
처음의 기대와는 달랐다. 전성현과 두경민이 비시즌부터 크고 작은 부상으로 몸을 만들지 못했다. 올 시즌 전성현은 정규리그 37경기, 두경민은 14경기 출전에 그쳤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도 뛰지 못했다.
결국 조상현 감독은 원칙대로 양준석과 유기상을 키웠다. 성공이었다. 두 선수는 경험부족이라는 걱정에도 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하며 기대에 보답했다. 경기를 치를수록 발전하는 모습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조상현 감독은 “고참이라고 운동량이 부족한데 그냥 주전으로 뛰게 해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노장들에게 맞추다보면 어린 선수들 운동량이 부족하다. 주전자리는 경쟁으로 따내는 자리다. 선수를 충분히 기다려주지만 준비되지 않은 선수는 뛰지 못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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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현 감독 부임 후 눈에 띄게 좋아진 선수도 있다. 한 번 은퇴했다가 훈련생으로 돌아온 정인덕이다. 정인덕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LG에서 총 18경기를 뛴 무명선수다. 군대도 일반병으로 갔다 왔다.
정인덕은 최근 3시즌간 조상현 감독 밑에서 무려 정규리그 139경기를 뛰었다. 출전시간도 경기당 27분 가까이 늘어났다. 올 시즌 없어서는 안될 핵심주전으로 자리를 굳혔다. 196cm의 31세 선수가 미친듯이 뛰어다니며 상대 에이스를 수비한다. 승부처에서 3점슛 한 방도 터트린다. 안 쓸 이유가 없다.
정인덕의 가장 큰 무기는 절실함과 성실함이다. 6강 1,2차전에서 국가대표 포워드 이우석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면서 3점슛을 5방이나 터트렸다. 연봉 1억 1천만 원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잘했다.
정인덕은 “돈은 신경 쓰지 않는다. 팀에 도움이 되려고 한다. 와이프 내조도 덕을 보고 있다”면서 웃었다. 정인덕의 아내 역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남편이 농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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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에서도 연구와 공부가 부족한 지도자는 금방 도태된다. 코치 경험이 일천한 스타선수출신이 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다. 조상현 감독은 오랜 코치시절부터 비디오를 많이 보는 지도자로 유명하다.
LG가 승리한 날에도 어김없이 새벽 감독실에는 불이 켜져 있다. 잘하면 잘해서 보고, 못하면 이유를 알 때까지 비디오를 본다. 감독실에서 살다시피 하니 소파에서 쪽잠을 자거나, 훈련장에서 빨래를 하는 것도 일상다반사다.
LG 관계자는 “새벽에 출근하면 항상 감독실 불이 켜져있다. 감독님에게 제발 좀 집에 들어가라고 하는데도 말을 듣지 않는다. 건강이 걱정된다”고 하소연했다.
연구의 결과는 LG의 3연승 챔프전 진출로 증명했다. LG가 챔프전에 진출했지만 시즌이 끝난 것은 아니다. 벌써 SK-KT전을 분석하고 있을 조상현 감독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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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체육관 감독실에는 작은 박물관이 있다. LG의 역대 유니폼과 대회트로피 등이 빼곡하게 전시돼 있다. 2006년 LG훈련장을 방문했던 르브론 제임스 등 미국남자농구대표팀 전원의 사인도 있다. 2014년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도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없다. LG의 챔프전 우승 트로피다. 1997년 창단한 KBL에서 가장 열성적인 프렌차이즈에 우승이 없다는 것은 옥에티다. 김시래, 김종규, 문태종, 김영환이 버틴 2014년 호화멤버도 결국 양동근과 함지훈의 벽을 넘지 못했다.
챔프전 진출로 LG는 다음 시즌 EASL 진출권을 획득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 없다. 조상현 감독이 창원팬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까. / [email protected]
서정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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