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친정부 가짜 NGO' 수십개, 유엔서 반정부 인권운동 위협"
WP·ICIJ "유엔에 등록된 중국 NGO 절반 이상이 관변단체" "中 옹호하는 보고서·발언으로 인권 감시활동 방해…활동가 협박도"
WP·ICIJ "유엔에 등록된 중국 NGO 절반 이상이 관변단체"
"中 옹호하는 보고서·발언으로 인권 감시활동 방해…활동가 협박도"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비정부기구(NGO)로 위장한 중국의 친정부 조직이 대거 유엔에 등록돼있으면서 당국의 인권침해 행위를 비판하는 유엔 기구나 인권 단체의 활동을 방해·위협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WP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유엔에서 활동하는 중국 NGO 현황을 분석·조사한 '중국 표적'(China Targets)에 따르면 수십 개 NGO가 사실상 중국 정부에서 조직하거나 지원을 받는 '무늬만 NGO'였다.
WP와 ICIJ가 공공기록물 등을 조사한 결과 유엔의 인가를 받았거나 등록된 중국 본토·홍콩·마카오 등의 NGO는 모두 106개로, 이 가운데 약 60개가 중국 공산당이나 정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부 조직 비정부기구(GONGO), 즉 관변단체로 파악됐다.
이런 단체들은 '중국인권연구회', '중국인권발전재단', '중국 소수민족 대외교류 협회' 등 이름만 보면 여느 NGO와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재무 기록이나 지도부 인사들 면면 등에서 중국 당국과의 연관성이 드러났다.
50개 이상의 단체가 공산당에 충성을 맹세하는 표현을 헌장에 포함하고 있었으며 일부는 채용이나 자금조달 관련 결정을 당에 맡기고 있다고 인정했다. 10개 단체는 중국 정부로부터 자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단체의 대표로 등록돼있거나 지도자 역할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46명은 중국공산당이나 중국 국가 기관에서도 직책을 맡고 있었다.
관변단체들은 중국 당국과 연계돼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유엔 인권이사회의 중국 인권 관련 업무를 뒤집으려 광범위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유엔 및 서방 외교관, 인권 활동가, 탄압 피해자 등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중국 관변단체들은 유엔인권이사회(UNHRC)가 개최하는 회의에 참석, 중국의 인권침해 보고를 반박하며 당국을 옹호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국제인권협회(ISHR)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관변단체 33개가 유엔인권이사회 회의에 모두 300차례 참석했는데 이들의 발언이나 증언 가운데 중국을 비판하는 내용은 한 건도 없었다.
이들 단체는 특히 신장 지역 강제노동 수용소에 구금된 위구르족, 티베트 어린이들을 가족과 떨어뜨려 정부 운영 기숙학교에서 교육받게 하는 강제 동화 정책,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 탄압 등 중국 내 인권침해 사례를 증언하려는 합법적인 NGO들의 활동을 방해하거나 무산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유엔에서 활동하는 중국 관변단체들은 또한 유엔에서 활동하는 중국의 인권 활동가나 관련 증인들을 감시하고 협박하는 당국의 '도구'로 쓰이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ICIJ가 접촉한 중국 인권활동가와 변호사 등 15명은 중국 관변단체 관계자로 의심되는 사람들로부터 감시받거나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관변단체 관계자들은 또한 유엔 회의에서 위구르족이나 티베트인, 홍콩 반체제 인사를 대변하는 NGO 관계자들을 밀치거나 사진을 찍기도 했으며 중국에 있는 가족·친지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유엔 공식 절차에서 사전 승인 없이 NGO 대표자들의 사진을 찍는 것은 금지돼 있다.
관변단체들이 다양한 정보원을 동원해 감시활동을 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3월 중국의 인권침해를 추적하는 몇몇 NGO 대표들이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와의 비공개 면담 기회를 얻었다. 유엔 측은 중국 당국의 보복을 두려워해 모습을 드러내기를 꺼리는 참가자들을 위해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대신 국제인권협회 제네바 사무실에서 면담을 진행했다.
그런데 당시 튀르크 대표가 도착하기 전에 초대받지 않은 4명이 중국 NGO 대표자라고 주장하며 해당 장소에 나타나 면담장에 들여보내달라고 요구했으며, 일부는 유리창을 통해 안에 모인 사람들을 들여다보려 했다. 이들 중 한명은 중국 공산당 관계자로 확인됐다.
WP는 2018년 유엔이 신장 인권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처음 발표한 이후 유엔 인가를 받은 중국 NGO 수가 거의 두배로 늘었으며 새로 인가받은 단체 중 상당수는 2018년 이후 만들어졌다며 이는 중국 정부 차원의 노력이 뒷받침됐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미셸 테일러 유엔인권이사회 주재 미국 대사는 보고서에서 중국 관변단체의 이러한 활동에 대해 "(유엔 인권 임무를) 좀먹는 행위로 부정직하며 전복적"이라고 비판했다.
세계위구르의회의 줌레타이 아르킨 부의장은 "유엔은 우리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공론장이나 마찬가지인데 이제는 정부가 탄압 정책을 시행하는 장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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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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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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