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충격 추정조차 불가"…연간 실적 전망 포기 속출
1분기 실적 발표 글로벌 기업들 경고…'관세로 실적 악화'
1분기 실적 발표 글로벌 기업들 경고…'관세로 실적 악화'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트럼프발(發) 관세'로 인한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는 글로벌 기업들의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 발표에 나선 기업들은 자동차, 항공, 주류 등 업종에 상관없이 관세가 기업 실적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했다.
◇ 관세 시계제로…실적 전망 줄줄이 포기
관세에 따른 비용을 이유로 연간 가이던스(실적 전망)를 낮췄거나 지금으로선 신뢰할 만한 추정이 어렵다면서 아예 가이던스를 철회한 곳이 40여개사에 달한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독일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 등으로 인해 올해 이익이 축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르쉐는 4~5월 관세로 인한 추가 비용(최소 1억유로)을 반영해 올해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기존 10.0∼12.0%에서 6.5∼8.5%로 낮추면서 그 이후 영향은 추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올해 연간 가이던스 제시를 포기한 셈이다.
포르쉐는 6월 이후에도 현 수준의 관세가 유지될 경우 가격을 인상해 비용의 일부라도 소비자에게 전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볼보자동차는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2%, 60% 급감한 실적을 공개하면서 19억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 계획을 함께 발표했다.
볼보 역시 관세를 이유로 올해와 내년 가이던스를 철회했다.
하칸 사무엘손 최고경영자(CEO)는 미 방송 CNBC와 인터뷰에서 "판매 감소, 가격 경쟁, 특히 전기차 부문의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전반적인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관세로 인한 혼란까지 더해져 미래를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이날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자동차 관세 완화 등 정책 변경을 고려해 기존 가이던스를 철회하고 실적 발표 관련 콘퍼런스콜을 다음 달 1일로 미뤘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외국에서 수입한 부품으로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들의 부품 관세 부담을 2년간 한시적으로 줄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항공사 제트블루항공도 올해 가이던스 철회 기업들에 합류했다.
제트블루항공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소비자 신뢰를 약화함에 따라 항공 여행 수요가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
제트블루항공은 이미 운항 능력을 줄이고 있고, 추가 감축과 항공기 퇴역 일정 변경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실적 발표에 나선 사우스웨스트항공, 델타항공, 아메리칸항공 등도 수요 둔화와 경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연간 가이던스를 철회한 바 있다.
스웨덴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 CEO 야닉 피어링은 로이터 통신에 "모든 예측이 틀린 것으로 증명됐다"며 "누군가 관세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 전망이 있다고 한다면 놀랄 것"이라고 했다.
◇ 호실적 기업들도 '관세 불안'
아직까지 견조한 수요를 맞는 기업들도 트럼프 관세가 미칠 영향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독일 스포츠용품업체 아디다스는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3%, 82% 증가한 호실적을 발표하면서도 관세 여파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올해 실적 전망치를 유지했다.
비외른 굴덴 CEO는 "'정상적인 세계'라면 좋은 실적과 견고한 주문, 아디다스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을 상향 조정했을 것"이라며 "미국 관세의 불확실성이 이를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미국으로의 수출을 이미 최소 수준으로 줄였지만 매우 높은 관세에 노출돼 있다"며 "관세의 영향을 정량화하거나 소비자 수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아디다스의 중국, 동남아시아 생산 비중은 80%를 넘는다.
유럽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무역 긴장과 소비자 행동 변화로 인해 경제가 혼란에 빠지면서 올해 하반기에 대한 실적 가시성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거시경제 불확실성, 특히 미국과 유럽 간 무역 갈등이 여름 성수기 시즌 전망을 흐리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스카 마이어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 식품업체 크래프트 하인즈는 소비 심리 악화와 관세 비용으로 인해 매출과 이익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덴마크 맥주업체 칼스버그도 미국 시장 점유율이 낮은 덕분에 경쟁업체보다 관세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공급망, 특히 포장재에 대한 간접적인 인플레이션 효과는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물류업체인 미국 UPS는 올해 전 세계 인력의 4%에 해당하는 2만개의 일자리를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관세와는 무관하며 기술 사용 증가와 최대 고객인 아마존과의 거래 축소 계획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UPS는 지난 1월 아마존과의 거래를 내년 중반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다만 UPS는 "거시경제 불확실성을 고려해" 연간 가이던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수익성이 가장 높은 미국-중국 노선에서 수요 약화를 예상했다.
캐럴 톰 CEO는 관세에 대해 "지난 100년 이상 동안 전 세계가 이처럼 엄청난 잠재적 영향에 직면해 본 적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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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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