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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신료 제국' 인니, 기후변화로 타격…농민 생계도 위협

잦은 폭우로 정향 생산량 들쭉날쭉…가격도 오르락내리락

'향신료 제국' 인니, 기후변화로 타격…농민 생계도 위협
잦은 폭우로 정향 생산량 들쭉날쭉…가격도 오르락내리락

(서울=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향신료 제국'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에서 기후변화로 향수와 음식 등에 널리 사용되는 향신료 정향의 생산량이 들쭉날쭉해 농민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최근 20년 동안 폭우를 비롯한 잦은 악천후로 인도네시아에서 정향 생산량의 변동 폭이 매우 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자료를 통해 최근 20년 동안 인도네시아의 정향 생산량은 경쟁국과 비교해 큰 폭의 변동을 보였고, 특히 가장 최근 자료인 2023년 생산량은 2010년 생산량과 비교해 25%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정향은 약재, 향수, 담배, 음식 등에 쓰이는 향신료다. 특정한 온도와 습도에서 재배해야 그 고유의 향과 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는 오랫동안 '향신료 제국'으로 불릴 만큼 관련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특히 동부 말루쿠 제도는 세계 향신료 무역의 중심지로 수 세기 동안 열강들의 격전장이기도 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정향을 키우는 농민들은 가장 큰 위협으로 기후변화를 꼽는다고 AFP는 전했다.
기후 변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대기는 더 많은 수분을 머금고, 강수량도 불규칙해져 한꺼번에 많은 양이 내릴 수 있다.
말루쿠 제도 테르나테에서 정향 농사를 짓는 자우하르 마흐무드(61)는 AFP에 "요즘 비가 많이 온다"며 "정향을 심는 것은 괜찮지만 수확 시기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정향은 해마다 열매가 열리는 게 아니고 계절에 따라서도 (생산량이) 다르다"며 "(지금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향 공급업자 루멘 더도 "너무 덥거나 비가 너무 많이 내리면 정향 농사가 잘되지 않는다"며 "올해는 비가 너무 많이 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정향 1kg당 가격은 15만 루피아(약 1만2천800원)였으나 수확기에는 8만 루피아(약 6천800원)까지 떨어졌다.
최근 공급 부족으로 다시 11만5천 루피아(9천800원)까지 올랐으나 생산량은 최근 몇 년에 비해 많이 감소했다.
가격 변동 폭이 큰 데다 전체 생산량도 줄면서 정향을 재배하는 농민들의 생계도 그만큼 불안정해졌다.
정향 나무 10그루를 보유한 농민 라키나는 "예전에는 한 번에 5∼6 자루를 수확했는데 지금은 2∼3 자루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부 임바도 "예전에는 정향을 말리는 데 3일 반이 걸렸는데, 요즘은 비 때문에 5일 넘게 걸린다"고 설명했다.
테르나테 지역 농민들은 과거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정향 제거 명령을 받고도 몰래 나무를 재배하며 생계를 지켜냈다. 당시 기후는 정향 재배에 알맞았다.
그러나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현상이 전 세계 기후를 바꿨다. 테르나테는 전반적으로 건조해졌지만, 한 번씩 내리는 비가 국지적 폭우여서 정향에 피해를 줬다고 APF는 전했다.
자우하르는 중국 등 정향 수입국을 향해 "기후 문제에 더 깊이 고민해 달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조상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정향 재배지에서 이 나무를 키웠다"며 "미래 세대에도 자부심을 주고 싶다"고 호소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손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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