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진입한 英 우익당…노동-보수 100년 양당체제 흔들
영국개혁당 "우리가 주요 야당"…중도좌파 집권당 '우향우' 압박 커질 듯
영국개혁당 "우리가 주요 야당"…중도좌파 집권당 '우향우' 압박 커질 듯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여론조사 정당별 지지율 1위로 올라선 우익 포퓰리즘 성향의 영국개혁당(이하 개혁당)이 실제 선거에서도 한층 더 도약하며 주류 정당으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개혁당은 1일(현지시간) 치러진 런콘·헬스비 보궐선거에서 집권 노동당을 제치고 하원 의석수를 5석으로 늘렸으며, 6개 직선 시장 중 1곳을 확보했고 지방 의회에서도 보수당과 노동당 의석을 가져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번 선거 대상이 하원 650석 중 1석, 전체 잉글랜드 지방의회 약 1만7천석의 약 10%에 불과하지만, 100년간 유지된 노동당·보수당 양당 체제가 무너지고 있음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선거 전문가인 존 커티스 스트래스클라이드대 교수는 2일 BBC 기고에서 "개혁당이 보수당·노동당이 누렸던 전통적인 지배구조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며 "이제 더는 영국 정치를 지배하는 정당은 없다"고 지적했다.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지지율 추세 분석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개혁당이 치고 올라오면서 25%로 1위에 올랐다. 중도좌파 노동당이 24%, 중도우파 보수당이 21%로 3개 정당이 근소한 차이를 보인다. 중도 성향 자유민주당은 14%, 진보 성향 녹색당은 9%다.
지난해 7월 총선에서 노동당이 33.7%, 보수당 23.7%, 개혁당 12.3%, 자유민주당이 12.2%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불과 10개월 만에 큰 변동이 나타난 것이다.
이번에 노동당이 개혁당에 내준 런콘·헬스비는 지난 총선에서 노동당이 압승했던 선거구라는 점에서 급변한 민심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세라 포친 개혁당 당선인은 지역 망명 신청자 숙소를 폐쇄하겠다는 공약으로 반(反)이민 정서를 공략했으며 노동당의 복지 삭감 정책에도 공세를 퍼부었다.
나이절 패라지 개혁당 대표는 2일 "노동당에 대한 지지가 총선 승리 이후 10개월 만에 붕괴한 것을 볼 수 있다"며 "우리가 이제 보수당을 대체해 주요 야당이 됐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패라지 대표는 그간 반이민·반유럽통합 기조를 내세우면서도 심각한 인종차별·성차별 언행으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일부 극우 세력과는 거리를 두며 "우리가 진짜 보수 정당"이라고 주장했다. 정권 창출을 목표로 주류 정당으로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다.
창당 7년 된 개혁당은 지난해 3월 보수당을 탈당한 리 앤더슨 의원의 입당으로 첫 하원 의원을 보유하게 된 데 이어 7월 총선에서 4명의 당선자를 내 하원에 자력 입성했다. 이어 이번에 하원 의석수를 5석으로 늘리고 지역에서도 세를 넓혔다.
14년의 보수당 정권에 대한 실망을 등에 업고 지난해 총선에서 압승한 키어 스타머 총리의 노동당은 경기 부진, 지도부의 선물 스캔들, 농장 상속세 등 증세, 노인·장애인 복지 정책 축소 등으로 인기가 급락했다.
이번 선거로 중도좌파 노동당 정부의 '우클릭'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 총선 기간부터 출범 이후까지 꾸준히 오른쪽으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민에 고삐를 죄는 정책을 잇달아 내놨고 '트랜스젠더(성전환) 여성은 여성'이라는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국방비 증액을 위해 해외 원조 예산을 삭감했고 방만한 공공 조직에 철퇴를 꺼내 들었다.
이 중도화 전략이 노동당 내부에 균열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한 노동당 장차관급 인사는 파이낸셜타임스에 당의 보수화를 경계하면서 "우리가 할 일은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해 사회를 이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니얼 핑켈스틴 더타임스 칼럼니스트는 "노동당에선 개혁당 따라하기 또는 개혁당 공격하기 둥 대응에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하지만 개혁당에 표를 주는 건 영국이 망가졌다는 생각때문이어서 어느 쪽도 안 통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도우파 보수당과 케미 베이드녹 대표도 강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1야당으로 물러난 이후 이렇다 할 상승세를 타지 못하는 보수당에는 개혁당과 통합 또는 제휴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가 지난달 24∼25일 한 조사 결과에서 보수당 지지자의 38%가 양당 통합에 찬성했고 45%는 반대했다. 개혁당 지지자의 45%는 통합을 지지하고 43%는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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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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