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이냐 反이냐…영연방 국가들 선거 최대 변수는 '트럼프'
캐나다선 反트럼프 기치 집권당 승리…호주 보수야당, 反트럼프 바람에 우위 내줘 '영국의 트럼프' 패라지 극우당 압승…노동당 정부, 부랴부랴 이민 강경책 준비
캐나다선 反트럼프 기치 집권당 승리…호주 보수야당, 反트럼프 바람에 우위 내줘
'영국의 트럼프' 패라지 극우당 압승…노동당 정부, 부랴부랴 이민 강경책 준비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영국·캐나다·호주 등 영연방 국가들에서 최근 잇따라 치러진 주요 선거의 변수는 다름 아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었다.
미국과 국경을 맞댄 캐나다에서는 반(反)트럼프를 기치로 내건 자유당이 승리를 거뒀고, 3일(현지시간) 투표가 진행 중인 호주 총선 역시 트럼프가 키워드로 부상했다. 반면에 영국에선 보수당-노동당의 전통적 양당 구도를 깨고 '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나이절 패라지가 이끄는 정당이 보궐 선거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선거에서 트럼프 효과가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 곳은 캐나다다.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관세 폭탄과 '미국의 51번째 주로 들어오라'는 조롱을 받은 캐나다는 반(反)트럼프 정서가 가장 강력하게 표출된 나라다.
지난 28일 치러진 총선에서 마크 카니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은 트럼프의 위협에 맞서 캐나다를 지키겠다고 공언하며 전체 의석 343석 중 169석을 차지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캐나다와 영국에서 중앙은행장을 역임한 카니 총리는 주로 경제 분야에서 경력을 쌓다가 집권에 성공했는데, 그가 캐나다 정계에서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한 시점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겹친다.
취임 전부터 가장 가까운 이웃 캐나다를 조롱하며 거세게 밀어붙인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 속에 트뤼도 전 총리가 지난 1월 사임 의사를 밝히자 '경제통'으로 꼽히는 마크 카니가 트럼프발(發) 무역전쟁 대응의 적임자로 떠올랐다. 카니는 3월 초 자유당 대표로 선출된 데 이어 닷새 뒤에는 트뤼도에 이어 총리로 취임했다.
이후 카니 총리는 캐나다에서 급격히 확산한 반트럼프 정서를 바탕으로 조기 총선이라는 모험을 감행해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영국에선 트럼프 효과가 반대로 나타났다.
지난 1일 잉글랜드 일부 지역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와 의회 보궐선거에서 친(親) 트럼프 성향의 극우 성향 포퓰리즘 정당인 영국개혁당이 압승한 것이다. 2일 개표를 마친 런콘·헬스비 하원의원 보궐 선거에서 영국개혁당의 세라 포친 후보가 38.72%를 득표해 집권 노동당의 캐런 쇼어(38.70%) 후보를 단 6표 차이로 제치고 당선됐다.
이곳은 노동당이 안정적으로 확보했던 지역이었으나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민심이 뒤집혔다. 이로써 창당한 지 7년 된 영국개혁당은 하원에서 5석을 확보하게 됐다.
반(反)이민, 반유럽통합을 내세운 영국개혁당은 우익 포퓰리즘 성향이 강한 정당으로, 이번 선거에서도 이민 단속 강화, 탄소중립 목표 완화, 지역 지출 삭감 등 트럼프 행정부를 연상시키는 강한 우익 성향의 공약을 내걸었다.
이 당은 개표 중인 지방선거에서도 선전해, 2개 지역 이상을 관할하는 직선 통합 시장 2명을 확보한 상태다. 이번 선거로 23개 지방 의회 중 10개 의회에서 영국개혁당이 과반 다수당이 됐다. 대부분 보수당이 장악하고 있던 곳을 빼앗은 것이다.
영국개혁당을 이끄는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영국의 트럼프로 불린다. 트럼프의 오랜 우군인 그는 2016년 미국 대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해 선거 운동을 하기도 했다.
패라지는 트럼프가 2기 집권에 성공한 뒤에도 당선인 신분일 때 플로리다 마러라고의 자택에서 트럼프와 회동하고 소셜미디어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그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등 강한 친트럼프 행보를 보여왔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노동당 지지가 총선 승리 이후 10개월 만에 붕괴한 것을 볼 수 있다"며 "이제 (우리가) 보수당을 대체해 주요 야당이 됐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현재 투표가 진행 중인 호주 총선도 트럼프는 주요 변수다.
집권당인 노동당과 야당인 자유당·국민당 연합이 맞붙은 이번 총선에서는 노동당(현재 하원 77석)과 자유당·국민당 연합(현재 하원 53석)이 하원 150석 모두와 상원 76석 중 40석을 놓고 다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노동당이 52.9%로 자유당·국민당 연합의 47.1%를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보수 야당 연합이 지지율에서 우위를 보였으나, 반트럼프 바람이 일면서 전세는 역전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2월부터 미국과 가까운 동맹이자 대미 무역적자국인 호주를 상대로 관세 공격에 나서자 호주인들은 진보성향의 노동당으로 돌아섰다.
이런 여론 흐름대로라면 호주 역시 캐나다처럼 반트럼프 정서 확산에 따라 노동당의 승리가 예상된다.
영국에선 확산하는 반이민정서와 영국개혁당의 급부상 등에 경계심을 느낀 노동당 정부가 조만간 강력한 반이민 카드를 꺼낼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2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 총리가 강력한 이민자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익명의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이 당국자는 몇주 뒤 발표될 이민 백서에서 노동당 정부는 최근 영국 정부 중 가장 강력한 국경 정책을 펼치고 있음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정부는 유럽의 각국 정부들과 난민의 권리에 관한 조약이 현대 사회에 적합한지를 놓고 고위급 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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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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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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