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콘클라베 킹메이커 뛰나…프랑스·이탈리아 신경전
자국 추기경들과 로마서 회동…"존재감 커진 멜로니 견제하는 듯"
자국 추기경들과 로마서 회동…"존재감 커진 멜로니 견제하는 듯"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새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투표)를 앞두고 유럽 각국이 저마다 자국 출신 교황이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가톨릭 본산 바티칸을 품은 이탈리아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자국인 교황을 세우기 위해 물밑 작업 중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럽 매체 유로뉴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 참석차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 투표권을 가진 자국 출신 추기경 4명을 만났다고 2일 보도했다. 이탈리아 주재 프랑스 대사관에서 열린 이 회동에는 차기 교황 후보군에 속한 장마르크 아벨린 마르세유 대주교도 참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와 별개로 가톨릭계 자선단체 산테지디오(Sant'Egidio) 설립자 안드레아 리카르디를 로마의 유명 식당에서 만난 것으로 보도됐다. 리카르디는 추기경들과 친분으로 교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때 이탈리아 범좌파 대통령 후보로도 거론됐다. 그가 유학한 프랑스에 애착을 갖고 있다는 점도 의혹을 부채질했다.
이탈리아 매체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14∼15세기 가톨릭 교권과 세속 권력을 모두 손에 넣은 보르자 가문처럼 콘클라베에 개입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수매체 일템포는 "현대판 태양왕에 걸맞은 개입주의"라고 비난했다. 프랑스 출신 마지막 교황은 1378년 선종한 그레고리오 11세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이같은 신경전에 프랑스의 의도에 대한 이탈리아 우파의 불신, 프란치스코 교황과 가까웠던 산테지디오가 이탈리아 교회 내부의 긴장과 관련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오스트리아 일간 슈탄다르트는 "이탈리아 보수 언론이 몹시 흥분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마크롱 대통령이 콘클라베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유럽에서 존재감이 커진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를 견제하려 한다는 관전평을 내놨다. 또 아벨린 추기경은 이탈리아어를 못하는 게 약점이라며 마크롱 대통령이 차라리 개혁파로 꼽히는 마테오 주피 추기경(이탈리아)을 밀어줄 수 있다고 봤다.
유럽 각국 언론은 저마다 자국 출신 교황 후보에 주목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매체들은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뉴스가 빈 대주교를 지낸 크리스토프 쇤보른 추기경을 주요 후보로 언급했고 유력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 라푸블리카도 쇤보른 추기경에 대해 자세하고 호의적으로 보도했다고 전했다.
독일 매체들은 영국 BBC방송이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뮌헨·프라이징 대주교를 '바티칸 내부자'라며 후보군에 올린 데 주목했다. 독일 출신으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 정책을 견제한 게르하르트 뮐러 추기경도 언급된다.
바이에른 공영방송 BR는 2005년 독일인 요제프 라칭거(베네딕토 16세)가 교황으로 선출됐을 때 "월드컵에서 우승한 듯 환호의 물결이 일었다"면서도 이번엔 각종 스캔들 때문에 독일인 추기경이 선택받을 가능성은 작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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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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