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김금숙 "지구 반대편서도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같다"
아르헨서 독자들 만나…"아르헨 독자들이 깊은 동질감 보여 놀라워"
아르헨서 독자들 만나…"아르헨 독자들이 깊은 동질감 보여 놀라워"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가 우리나라의 대척점이라는데,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고 피부색이 달라도 사람이 느끼는 것은 다 같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르헨티나 독자들은 이산가족 이야기인 '기다림'이 자신들의 이야기라면서 깊은 동질감을 보여줘 감동적이면서 놀라웠어요."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 '풀'로 2020년 만화계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미국 하비상을 받은 김금숙 작가는 이산가족의 아픔을 그린 '기다림'이라는 작품이 1970년대 말 아르헨티나 군사독재 정권하에 실종된 사람들의 이야기와 비슷하다면서 동질감을 느낀 독자들이 많은 데 놀랐다면서 지난 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이렇게 말했다.
이번이 아르헨티나 첫 방문인 김 작가는 최도선 한인회장의 '한인 이민 60년 특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제49회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도서박람회에 초대됐다.
지난달 21일부터 '풀, 한국의 이야기' 강연회, '김금숙의 작품 세계' 마리아 델 필라르 알바레스 박사와의 대담', '위안부와 인권' 아르헨티나 유명 작가 클라우디아 피네이로와의 대담, '만화가들과의 대화'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아르헨티나 독자와 만났다.
연합뉴스는 지난달 24일과 이달 1일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도서박람회를 두차례 찾아 김금숙 작가와 독자들의 만남을 취재했다.
개막식 날 시작과 동시에 '한국 부스'를 찾은 알리슨(28) 씨는 "'풀'이라는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스페인에서 책이 발간되자마자 지인에게 사서 보내달라고 해서 읽었다. 김 작가님을 만나게 되어 정말 영광이다"라면서 사인을 부탁했다.
행사장 다른 부스에서 일한다는 나디아(41) 씨는 "'풀'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충격적이면서도 대단한 작품이다. 김 작가님이 여기 계신다는 얘기를 듣고 '개'를 즉석에서 사서 사인을 받았다"면서 아이돌을 만난 아이처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1일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도서박람회 '한국 부스' 안에서 개최된 '만화가들의 대화'에서는 일반 독자, 만화가 지망생, 만화가들이 모여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왜 그래픽노블(소설 수준의 스토리 라인을 가진 만화의 한 형태) 작가가 되었는지, 컴퓨터를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는지, 스토리는 어떻게 정하는지, 만화가로 데뷔를 한 과정, 요새 트렌드는 웹툰인데 그래픽노블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등 열띤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김 작가는 미술을 전공해서 파리에 유학을 갔으나 생계 때문에 만화책 100여권을 번역하면서, 그래픽노블의 매력에 빠졌다.
특별한 장소가 필요하지 않고 연필과 종이만 있으며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려 이 길로 가게 됐다고 했다. 언제나 많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으며 무슨 주제를 어떤 시작으로 이야기할 것인가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고 소개했다.
김 작가는 "종이, 붓, 먹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직접 손으로 그림을 그리며, 나 자신의 특별한 스타일이 있다기보다는 아직 그걸 다듬어 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또 "스토리에 따라서 그림 스타일이 다르고 사용하는 종이도 다르다"면서 "'내일은 또 다른 날'이라는 작품에서는 일부러 화선지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테크닉 사용에 관해서는 "나는 아웃사이더이며,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그 내용에 집중하고 그림도 직접 그리기 때문에, 테크닉이 어떻게 변하는지 걱정하지 말고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아르헨티나 일간 클라린, 라나시온 및 인포바에 등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 작가는 "우리에게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생기기도 전부터 제 어머니와 할머니는 페미니스트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뜻을 묻자 "제 어머니와 할머니는 정말 강인한 여성이었고, 안팎으로 일하면서 생계를 꾸려가셨고 그러한 의미에서 페미니즘은 지금 시작한 게 아니라 이미 그 전 시대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말한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설명했다.
아르헨티나 독자들의 반응에 대한 질문에는 "정말 놀랐다. 어린 소녀부터, 청소년, 젊은 여성, 어르신들까지 성별과 나이에 관계없이 많은 사람이 오셔서 정말 감동적이었다"면서 "내 4권의 책이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이야기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인간의 삶에는 보편성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아르헨티나 독자들은 '풀'은 위안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거기에 한정하지 않고 성폭력 등 '여성의 문제'라고 보고 있으며, '기다림'의 이산가족 이야기도 아르헨티나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실종된 피해자가 많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말해 놀라웠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선정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