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헌법 지킬거냐 물음에 "모르겠다" 답변 논란
불체자 추방 언급중…"헌법수호 취임 선서 무시" 지적 초법적 지위 탐내나…이민자 신속추방·3선 등 위헌 행보
불체자 추방 언급중…"헌법수호 취임 선서 무시" 지적
초법적 지위 탐내나…이민자 신속추방·3선 등 위헌 행보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임기 동안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묻는 말에 "모르겠다"고 답변,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4일(현지시간) NBC 뉴스와의 인터뷰 중 불법 체류 외국인의 강제 추방 의지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는 불법 이민자들을 신속하게 추방할 권한이 필요하다며, 이를 두고 수백만건의 소송을 법정에서 심리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그들을 이곳에서 쫓아내기 위해 선출됐지만, 내가 그렇게 하는 것을 법원이 막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자가 여전히 헌법을 지켜야 하는지 묻자 트럼프 대통령이 "모르겠다"고 답한 것이다. 그는 "나를 위해 일하는 훌륭한 변호사들이 있고, 그들은 분명 대법원의 판결을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즉각 논란을 일으켰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헌법을 보존하고 수호하겠다고 약속한 취임 선서를 무시하는 듯 보였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헌법은 미 국가 정치·법률 시스템의 근간으로, 미국 정치에서 신성한 역할을 한다며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온 위헌적 행보를 지적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그간 미 헌법 체계에 도전하고,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 대선 때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공약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불법 이민 단속을 국정 최우선 순위로 실행해왔다.
트럼프 정부가 이민국 직원이 법원의 개입 없이 불법 이민자를 추방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하면서 이민자들은 재판받을 기회조차 없이 추방되는 상황에 놓였다. 이는 '적법한 절차 없이 생명, 자유, 재산을 박탈할 수 없다'고 규정한 미 헌법 제5조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무리한 추방 정책에 미국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자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나서 해당 판결을 한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부모가 외국인이더라도 미국에서 태어나기만 하면 시민이 되는 출생시민권을 없애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도 위헌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 헌법 제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미국에 귀화했고, 미국의 관할에 있는 모든 사람은 미국과 그들이 거주하는 주의 시민'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불법 이민자들은 미 정부의 관할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미 법학자 대부분은 미 시민이 아닌 사람도 미국에서 체포, 기소돼 구금되거나 추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해석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초법적 지위를 주장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을 부른 바 있다.
그는 올해 2월 15일 트루스소셜에 "조국을 구하는 사람은 그 어떤 법도 위반하지 않는다"(He who saves his Country does not violate any law)라는 글을 올리고 피드 상단에 고정했다.
이는 취임과 함께 서명한 여러 행정명령이 위헌, 위법 논란과 함께 법원에서 줄줄이 제동이 걸린 데 대한 반발로 관측됐다.
그런 소신에 걸맞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헌법의 대통령 연임 제한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인터뷰에서 2028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3선 도전을 시사하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트럼프 2028'이라 새겨진 모자와 티셔츠 등을 판매하는 등 3선 도전에 대한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있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의 임기를 두 번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이미 2017∼2021년 한 차례 대통령을 지낸 트럼프 대통령은 3선을 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선 3선 출마와 관련한 질문에는 "내가 아는 한 그런 일은 허용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일을 하고 싶지 않다"며 "훌륭한 4년을 보내고 누군가에게, 훌륭한 공화당원에게 넘겨주고 싶다"고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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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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