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재명은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소년공 시절 그의 목표는 세 가지였다. 남에게 안 맞고 산다, 돈을 벌어 가난에서 벗어난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산다. 그러려면 고졸 자격을 넘어 대학에 가야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완강했다.
이재명은 막막한 마음에 대입 검정고시를 준비했던 성일학원으로 갔다. 그에게 평생의 은사인 김창구 원장이 뜻밖의 희망을 심어줬다.
"야, 재명아. 국보위의 입시제도 개편안은 내년(1981년)부터 본고사를 없애고 학력고사 성적으로만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게 핵심이야. 너 같은 검정고시 출신들한텐 사지선다형 객관식 시험만 보는 게 훨씬 유리하지 않겠냐."
국보위는 ‘교육정상화 및 과열과외 해소방안’이라는 파격적인 후속 대책을 내놨다. 사립대학의 입학정원을 대폭 늘려주는 대신 성적이 우수한 입학생은 등록금을 전액 면제해주고 생활보조금까지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학력고사에서 고득점만 올리면 오히려 돈을 벌며 대학을 다닐 수 있었다.
이재명은 이 소식을 아버지에게도 알렸다. 아버지는 짐짓 놀란 눈치였다. 이재명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