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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전승절 80주년' 앞둔 모스크바 온통 붉은 물결

거리엔 깃발·가게엔 포스터·사람들 가슴엔 승리 리본 소련의 나치 독일 승리에 자부심…우크라 협상 중 성대한 행사 준비

[르포] '전승절 80주년' 앞둔 모스크바 온통 붉은 물결
거리엔 깃발·가게엔 포스터·사람들 가슴엔 승리 리본
소련의 나치 독일 승리에 자부심…우크라 협상 중 성대한 행사 준비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승리는 우리의 것!" "승리가 자랑스럽다!"
오는 9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승리 기념일(전승절)을 앞두고 러시아 모스크바는 '승리'(포베다) 문구로 가득 차 있다. '1945-2025', '승리 80년' 등 올해가 전승절 80주년임을 강조하는 문구들에서 러시아의 흥분감이 느껴진다.
6일 모스크바 중심지 트베르스카야 거리에 나가보니 대로변은 온통 붉은 깃발과 주황색 포스터, 주황색 두 줄과 검은색 세 줄로 이뤄진 '승리의 상징' 게오르기 리본으로 장식돼 있다. 빨간 카네이션으로 화단을 조성하는 작업도 진행되고 있었다.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디아나 씨는 "빨간 깃발들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싸우며 피 흘린 사람들과 연관 있는 것 같다. 빨간 카네이션도 그들을 기리기 위해 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절 열병식이 열리는 붉은광장 근처에는 주황색 승리 깃발이 끝도 없이 줄지어 펄럭이고 있다. 모스크바 중심지뿐 아니라 일반 주택가의 슈퍼마켓, 약국, 병원, 지하철역 등에도 '5월 9일 승리의 날'을 알리는 포스터가 잔뜩 붙어있다.

러시아군과 13개국 군, 러시아의 무기 시스템이 행진할 예정인 열병식 준비 때문에 붉은광장은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전승절 기간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장식을 즐기며 모스크바 대표 관광지를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다.
소련의 제2차 세계대전 영웅 주코프 장군 기마상 앞에는 게오르기 리본을 가슴에 단 일행이 "우라!"(만세)를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촬영이 끝나자 이들은 승리의 노래를 부르며 손뼉을 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이 있는 시기로 거론돼 국내 에서도 관심을 모은 전승절은 러시아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국경일로 1945년 옛 소련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에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러시아는 엄청난 소련군과 민간인 사상자의 희생으로 나치를 막아냈다며 2차대전을 '대조국전쟁'이라고 부른다.
독일군은 1945년 5월 8일 오후 11시 1분부터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한다는 항복 문서에 서명했기 때문에 다수의 유럽 국가는 5월 8일을 종전일로 기념한다. 하지만 유럽보다 동쪽에 있는 러시아에서는 이미 하루가 넘어간 시점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났기 때문에 5월 9일을 승리의 날로 본다.

러시아인들은 소련군이 처절한 전투로 나치 독일군의 동진을 막았기 때문에 유럽을 구한 것이라고 자부한다. 자료마다 차이가 있지만 2차대전 중 희생된 소련인은 2천400만명 이상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소련군을 포함해 약 200만명의 사상자로 역대 단일 전투 중 최대 사상자 기록을 낸 스탈린그라드(현 볼고그라드) 전투, 872일간 100만명 이상의 주민이 굶주림과 추위의 고통을 버텨낸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포위전 등의 기억도 있다.
전승절 80주년 포스터에 있는 칼을 들고 있는 여성의 그림은 스탈린그라드 전투 승리를 기리며 볼고그라드 마마예프 언덕에 세운 거대 동상을 모델로 한다.

가슴에 게오르기 리본을 달고 붉은광장에서 전승절 장식을 지켜보던 의료계 종사자 이고리(68)씨는 "제 할아버지는 레닌그라드 봉쇄 작전의 절반을 겪으셨다. 어머니는 10세부터 13세까지 탄약을 조립하는 일을 했다. 아내의 할아버지는 전쟁 중 부상으로 한쪽 다리를 절단했다"며 "우리에게 5월 9일은 개인과 가족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는 날"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가족의 사진을 들고 시내 거리를 행진하는 '불멸의 연대'에도 매년 참가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수년간 러시아는 코로나19 팬데믹과 2022년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여파로 전승절 기념행사를 다소 축소해 개최했다. 지난해 전승절 열병식에 동원된 탱크는 80년 전 주력 전차 모델 T-34 한 대뿐이었다. 이를 두고 서방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투로 군사 장비와 병력을 다수 잃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작년 열병식에는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쿠바 등 러시아 우호국의 일부 정상들만 초대됐다.
하지만 올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등 29개국 정상이 참석한다. 러시아군뿐 아니라 13개국 군부대도 붉은광장에서 행진할 예정이다. 북한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아닌 대사급이 열병식에 참석할 예정이고 북한군도 열병식에서 행진하지 않는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는 여전히 좋지 않지만, 올해는 미국의 중재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열병식 연설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주목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신(新)나치 세력을 타도한다고 주장하며 특별군사작전을 개시한 만큼 성대한 전승절 80주년 행사에서 소련의 승리를 우크라이나 상황과 연관 지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전승절 행사를 통해 애국심을 고취시키려고 하는 푸틴 대통령은 전승절을 기념해 8∼10일 일시 휴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이 기간 공격 시도를 계속한다면 즉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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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최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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