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황을 기다리며…'눈물의 방'에 3가지 크기 예복 준비
누가 선출되더라도 몸에 맞도록…콘클라베 이틀째 투표 계속
누가 선출되더라도 몸에 맞도록…콘클라베 이틀째 투표 계속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우리는 소·중·대 세 가지 크기로 수단(교황 예복)을 만듭니다. 교황이 선택할 수 있도록 말이죠."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뒤를 이을 새 교황이 입게 될 수단을 제작한 라니에로 만치넬리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가톨릭 전문매체 CNA에 따르면 만치넬리는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 프란치스코 교황의 수단을 지은 이탈리아 로마의 장인 재단사.
이번에 네 번째로 새 교황의 옷을 담당하는 그는 누가 교황으로 선출되더라도 몸에 맞는 수단을 입을 수 있도록 여느 때처럼 세 가지 크기의 옷을 준비했다.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 개막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 첫날인 7일(현지시간) 교황 선출이 일단 불발하면서 추기경 선거인단은 이튿날에도 새 교황을 뽑기 위한 투표를 이어간다.
새 교황으로 선출된 이는 시스티나 성당 한쪽에 자리한 '눈물의 방'으로 이동해 세 가지 크기의 수단 중 자기 몸에 맞는 것을 골라 입게 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 방의 이름은 과거에 교황으로 선출된 추기경들이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린 데서 비롯됐다.
수단을 입은 새 교황은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을 내려다보는 강복의 발코니에 등장해 전 세계 신자들에게 첫인사를 전하게 된다.
콘클라베 첫날을 제외하고 선거인단의 투표는 하루에 최대 4번 진행된다.
시스티나 성당에는 투표용지를 넣는 항아리와 나무공 세트 등이 마련돼 있다.
나무공에는 1부터 133까지 숫자가 적혀있는데, 이는 이번 콘클라베에 참여한 선거인단 수(133명)와 투표용지 숫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용도로 쓰인다.
개표요원은 투표용지 한 장당 나무공 하나를 꺼내 숫자를 확인하고, 만일 투표용지 수와 나무공 수가 일치하지 않으면 해당 투표용지들은 개표 없이 소각한 뒤 즉시 재투표한다.
외신들은 전례에 비춰 8일 또는 9일 투표에서 교황이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과 2005년 베네딕토 16세를 선출할 때도 이틀이 걸렸다.
콘클라베 사상 최장 기록은 13세기 클레멘스 4세의 후임 선출이었다. 당시 콘클라베는 1268년에 시작해 2년 9개월 하고도 이틀이 지난 1271년에야 끝이 났다. 일수로 하면 1천6일이 걸린 셈이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새 교황을 선출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사흘이고, 닷새를 넘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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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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