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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생존 103세 할머니, 독일 훈장 받던 날 별세

홀로코스트 생존 103세 할머니, 독일 훈장 받던 날 별세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아 100세 넘도록 반유대주의와 인종주의 반대 운동을 한 마르고트 프리틀렌더(103)가 9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그는 지난 7일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년 기념행사에서 마지막으로 연설했다. 세상을 떠난 날은 독일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기로 돼 있었다.
프리틀렌더는 1921년 11월5일 독일 베를린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단추 제조공으로 일한 아버지는 나치 박해를 피해 미국·브라질·중국으로 이민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프리틀렌더는 부모와 남동생이 모두 나치에 끌려간 뒤 유대인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 코를 교정하고 숨어 살았다.
그러나 1944년 봄 붙잡혀 현재 체코 땅인 테레지엔슈타트 강제수용소에 수감됐다. 길거리에서 그를 체포한 이들은 은신한 유대인을 색출하기 위해 나치 비밀경찰 게슈타포가 고용한 유대인이었다. 프리틀렌더는 나중에 "동족인 유대인들이 나와 다른 많은 유대인을 배신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1945년 종전과 함께 풀려난 그는 수용소에서 만난 아돌프 프리틀렌더와 결혼하고 이듬해 배를 타고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수선사와 여행사 직원 등으로 일하면서 수용소 경험을 기록한 책을 쓰고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88세 때인 2010년 독일로 이주한 뒤에는 나치 잔혹사를 알리고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에 전념했다. 그는 "우리는 모두 같다. 기독교인, 무슬림, 유대인의 피는 없다. 오직 사람의 피만 있다"며 "인간으로 살라"고 호소했다. 마르고트 프리틀렌더 재단은 "그녀의 말이 수백만 명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전했다.
나치에 끌려가기 전 패션 디자인을 공부한 그는 지난해 102세의 나이로 패션잡지 보그 독일판에 표지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그는 보그 인터뷰에서도 "인간으로, 이성적으로 살라"고 말했다.
사망한 9일 낮에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으로부터 대공로십자장을 받기로 돼 있었다. 본인 요청으로 행사를 미뤘으나 훈장은 수여된 것으로 인정된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그녀는 젊은 시절 독일인들이 저지른 모든 만행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화해라는 선물을 줬다. 우리는 이 선물에 대해 아무리 감사해도 충분하지 않다"고 애도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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