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산 속도 내는 OPEC+…트럼프와 거래 외교"
"증산 속도 내는 OPEC+…트럼프와 거래 외교"(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인 OPEC+가 거듭해서 증산을 결정한 데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유가를 더 높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까지 하루 220만배럴의 추가 자발적 감산을 이행한 사우디 등 8개 OPEC+ 주도국은 4월부터 하루 13만8천배럴씩 18개월간 점진적으로 감산량을 줄여나간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달에 감산량을 하루 41만1천배럴 늘린 데 이어 다음 달에도 추가로 감산량을 41만1천배럴 늘리기로 했다.
이러한 OPEC+의 증산 가속화 등을 재료로 최근 국제 유가는 4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사우디가 감산량을 어느 정도 되돌릴지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지만, 감산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증거와 유가 하락을 촉구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호감을 줄 기회라는 인식이 사우디가 증산을 가속한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옥스퍼드 에너지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빌 파렌-프라이스는 OPEC+가 감산 철회를 계속 미루더라도 미국의 관세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유가를 계속 떨어지게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들(OPEC+)은 균형을 미세 조정하는 데 능숙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거시적 침체와 같은 회오리에는 대항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사우디는 지난 3년간 산유량을 하루 약 900만배럴로 줄였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빼고 2011년 이후 최저치로, 생산량의 5분의 1을 감축한 셈이다.
JP모건의 원자재 리서치 책임자인 나타샤 카네바는 사우디의 하루 200만배럴 감산은 더 이상 경제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면서 2023년과 지난해에는 생산량을 100만배럴 줄이면 유가를 배럴당 8~10달러 올릴 수 있었지만, 올해와 내년에는 상승 폭이 4달러로 떨어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일각에선 OPEC+의 감산 가속이 2014년 미국 셰일 업계와 2020년 러시아를 상대로 했던 것처럼 가격 전쟁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사우디의 주요 에너지 싱크탱크에서 발표된 석유시장 연구 보고서의 저자인 일리야 부쇼에프는 가격 전쟁 가능성은 작다며 "그들(OPEC+)은 220만배럴 감산을 빨리 끝내고 다음 상황을 지켜보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OPEC+의 정책 변화를 유가 하락을 거듭 언급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방문과 연관해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파렌-프라이스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는 에너지 가격 하락을 인플레이션 성격의 관세 정책에 대한 중요한 상쇄 책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의 중동 방문을 앞두고 OPEC 국가들이 트럼프에게 유가 하락을 은쟁반에 담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에게 작동하는 일종의 거래 외교로 생각된다"면서 "OPEC 강대국들은 그것을 매우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증산 가속화가 유가 하락을 바라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준비한 '선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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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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