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동평화 순방중 이스라엘 가자공습에 하루 110여명 사망
가자 곳곳 참사 속출…이스라엘군 "테러 목표물 130곳 공격" 트럼프 '평화중재자' 행보…美정부 "우리 둔감하지 않다" 항변
가자 곳곳 참사 속출…이스라엘군 "테러 목표물 130곳 공격"
트럼프 '평화중재자' 행보…美정부 "우리 둔감하지 않다" 항변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화와 화해를 주요 테마로 한 중동 순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참사가 지속됐다.
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곳곳에 공격 수위를 높이면서 사망자 수가 최소 114명까지 늘었다.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은 밤새 주택과 피란민들이 지내던 텐트가 공습받아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56명 정도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한 주민은 나세르 병원의 영안실이 "수용인원을 초과해 찼다"라며 시신을 복도에 둬야 했다고 말했다.
또 병상이 부족해 의사들이 환자들을 들 것이나 벤치, 바닥에서 치료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가자지구 북부 민방위대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구조대가 베이트 라히아에서 시신 4구를, 데이르 알 발라에서는 2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발리아 마을 공습으로 인해 주택이 무너져 그 안에 있던 일가족 5명이 모두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팔레스타인 와파(WAFA) 통신은 자발리아 난민 캠프의 일-파쿠리 지역의 진료소와 기도실이 폭격받아 어린이 11명을 포함한 15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번 공세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점령을 목표로 한 대규모 지상군 투입을 앞두고 이뤄졌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이틀간 가자지구 전역의 무장대원 조직과 로켓포 발사대, 기반 시설 등 130개 '테러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 13일 북부 자발리아와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고 14일에는 가자시티 등에도 새로운 대피령을 발령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 리말 지역의 병원과 대학, 학교가 "테러리스트의 거점"이 됐다며 곧 "강력한 힘"으로 공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이스라엘군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제외한 채 중동을 순방(13~16일)하는 중에 연일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격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순방 기간 각 순방국으로부터 거액의 대미 투자와 미국산 제품 수입을 얻어내고 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경제-안보 패키지 합의'를 도출했다.
그는 이번 순방에서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화해를 위한 아브라함 협정의 확대를 추진하며 평화 중재자로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상대적 온건성향 정권이 들어선 시리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발표하고 중동 내 반미의 축인 이란에도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대화의 제스처를 보냈다.
그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에 대한 물음에 원론적인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다.
가자지구 민간인들은 이스라엘군의 폭격뿐만 아니라 봉쇄에 따른 굶주림, 질병에도 신음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최근 이스라엘의 공격 강도와 병원 폭격 등을 고려해도 여전히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지원하는지를 질문받자 "우리는 가자지구 주민의 고통을 예사롭게 여기거나 무감각하지 않으며 그들에게 도움을 제공할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안다"라고 답했다. 이어 하마스에 항복하고 인질을 석방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국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가 선택됐고 이스라엘은 포함되지 않았다.
게다가 미국은 하마스와의 직접 협상을 통해 가자지구에 인질로 억류됐던 미국·이스라엘 이중국적자 에단 알렉산더를 석방했으며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겠다는 약속도 받지 않고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종결하고 휴전을 선언해버렸다.
이에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최우방 미국의 외교에서 소외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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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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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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